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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신라ㆍ신세계免 인천공항 철수?…면세업계 ‘셈법’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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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임대료 27.9% 일괄 인하에 여러 검토

-면세 업체들 반발…‘철수 카드’까지 고려

-일각선 “재입찰 때는 면세점 3사가 유리”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에서 철수를 공식화한 데 이어 신라ㆍ신세계 등 다른 면세사업자들의 줄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사업자 간 임대료 인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들 업체들은 최악의 경우 전면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다. 특히 신라와 신세계가 철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데에는 재입찰이라는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다.

23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사는 제2여객터미널(T2) 개장에 따라 T1 국제선 여객 감소 비율(27.9%)을 일괄 적용한 임대료 감면안을 각 업체에게 전달했다. 이에 신라와 신세계는 인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공문을 인천공사 측에 발송하며 즉각 반발했다. 당초 인천공사와 면세점 업체들은 구역별로 다른 인하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사업자 위치에 따라 임대료를 동편 30.1%, 중앙 37%, 서편 43.6%, 탑승동 16.1% 내리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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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점 부분 철수를 공식화한 데 이어 신라와 신세계면세점도 철수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내 면세구역 모습.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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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사가 업체 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협상은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T1 사업자들 사이에서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도 철수했는데 더 이상 버틸 필요가 있냐’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인천공사 측이 원안을 고수한다면 최악의 경우 철수할 것”이라고 했다.

T1 면세점 사업자들이 합리적인 임대료 인하를 절박하게 호소하는 이유는 면세점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은 감소하는 상황이지만 부담해야 하는 연간 임대료 최소보장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앞으로 매년 3000억원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하고, 신세계면세점 역시 해를 더할수록 800억원의 임대료를 더 지불해야 한다.

일부 업체는 철수 이후 시나리오까지 검토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월부로 인천공항 제3기 면세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계약 기간(5년)의 절반인 2년6개월을 채우게 된다. 업체들은 운영기간 절반이 지난 시점부터 계약 해지를 요청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 철수를 시작으로 ‘T1 철수 도미노’가 가속화될 수 있다.

신라와 신세계가 T1에서 짐을 쌀 경우 인천공사는 새 사업자 공고를 내야 한다. 면세점 3사가 철수한 상황에서 인천공사가 기존 임대료 납부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다. 앞서 인천공사는 T1 사업자들이 임대료 산정 방식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자 T2 임대료 지불 방식은 바꿨다.

과거에는 5년치 임대료를 제출해야 했다면, T2는 사업 1년차 임대료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1차년도 이후부터는 낙찰가에 직전년도 여객증감률의 50%를 증감한 금액이 적용된다. 연간 최소보장금 증감 한도는 ±9% 이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T1과 비교해 T2의 면세점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돼 그만큼 부담이 줄어들었다”며 “T1 재입찰 공고를 낼 경우 기존과 다른 임대료 산정 방식을 도입하지 않겠냐”고 했다.

면세점 3사는 T1에서 철수하더라도 재입찰을 통해 다시 T1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 면세점의 경우 자금 여력이나 브랜드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ㆍ중견기업이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대규모 물류시스템을 갖춘 대기업 계열 면세점들이 운영 역량이나 임대료 지불 여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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