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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디젤 아닌 데이젤?…'페이크 패션'에 깃든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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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소비 풍자 위해 모방품 직접 제작

佛 브랜드 베트멍, 국내서 짝퉁 제품 퍼포먼스 선보이기도

구찌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천연모피 사용 금지 선언

인공모피인 에코퍼 사용으로 동물보호 앞장서

이데일리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패션업계가 골칫거리인 짝퉁을 소비자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그동안 패션업계에서는 인기 상품을 모방해 저가에 유통하는 짝퉁을 죄악시 여겨왔다. 특히 모조품은 디자이너의 창작 열기를 꺾는 주요 요소로 꼽히기도 했다. 그랬던 패션업계의 짝퉁에 대한 시선이 최근 달라지고 있다. 짝퉁을 재해석한 제품을 통해 원품의 진가를 알리는가 하면, 동물보호에 활용하기도 한다.

◇패션업계, 짝퉁 직접 만들어 소비행태 풍자

이탈리아 캐주얼 브랜드 디젤(DIESEL)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색다른 프로젝트를 펼쳐 화제를 모았다. 자사 브랜드의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연 것. 디젤은 이를 비밀리에 진행했으며 매장이 위치한 커낼가의 평범한 짝퉁 매장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인테리어와 판매 방식 등 모든 요소를 주변 가게들과 동일하게 맞췄다. 뉴욕 커낼가는 미국 내에서 짝퉁 제품을 판매하는 거리로 유명하다.

디젤은 이곳에서 데이젤(DEISEL) 로고가 박힌 제품을 팔았다. 로고는 짝퉁 냄새를 풍기지만 제품 자체는 디젤 본사에서 직접 생산한 ‘진품’이다. 디젤에서 다시 생산할 계획이 없는 희귀품인 셈이다.

앞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은 경기 남양주에서 한국산 짝퉁 제품을 재해석한 제품을 판매한 바 있다. 국내에서 베트멍 제품을 모방한 제품이 범람하자 이를 풍자하기 위해 ‘짝퉁 컬렉션’을 기획한 것이다.

베트멍은 디자이너 7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다. 글로벌 택배업체 DHL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가 대표 제품으로, 가격은 330달러(360만원)에 달한다. 리한나, 저스틴 비버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즐겨 입으며 유명세를 탔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짝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암시장 전문조사업체 하보스코프닷컴과 국회에 따르면 국내 짝퉁 시장 규모는 2014년 15조3000억원에서 2016년 26조원으로 70% 급증했다.

베트멍은 모조품을 다시 베껴 만든 제품을 선보이며 가격은 기존 베트멍과 유사한 수백만 원대에 판매했다. 당시 베트멍의 파격적인 행사 기획은 국내 짝퉁 제품 소비에 대한 반성을 불러왔다.

◇“짝퉁 모피? NO, 에코 퍼”…천연모피 버린 패션계, 동물보호 앞장

짝퉁을 활용해 동물보호에 나서는 패션업체도 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올해부터 동물 모피 사용의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대신 동물 모피를 모방한 페이크 퍼(인공 모피)를 제품에 적용하기로 했다.

구찌에 앞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타미 힐피거, 랄프 로렌, 휴고 보스, 스텔라 맥카트니 등 유명 패션업체들도 동물 모피를 소재로 한 의류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다.

구찌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동물보호단체의 환영을 받았다. 구찌는 남은 모피 제품을 경매에 붙여 수익금을 전액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구찌의 인공모피 사용은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인공모피에 대한 거부감을 획기적으로 줄여 점차 천연모피의 수요를 줄일 수 있어서다. 패션업계에서 인공모피를 페이크 퍼 대신에 ‘에코퍼’라고 부르며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짝퉁 제품에 대한 패션업계 전반의 인식이나 접근 방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짝퉁 제품을 찾는 소비 행태를 꼬집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며 동물보호 등 다른 목적을 위해 짝퉁 제품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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