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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그리스 의회, 노바티스 수뢰 의혹 거물급 고위관료 조사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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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스위스 거대 제약사인 노바티스에게 뇌물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그리스 전·현직 고위 관료들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된다.

그리스 의회는 20시간에 걸친 밤샘 마라톤 회의 끝에 노바티스 수뢰 의혹에 연루된 전직 총리 2명과 장관 등 8명 등을 조사할 위원회를 의회 내에 설치하기로 22일 의결했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 약 1개월에 걸쳐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서 혐의의 실체가 드러난 사람은 면책 특권을 박탈당하고, 사법 당국에 의해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AFP=연합뉴스]



치프라스 총리는 위원회 설치를 결정하는 표결 전에 이뤄진 연설에서 "우리는 이 추문을 덮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 국민은 누가 (국민의)질병과 고통을 축재의 수단으로 삼았나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앞서 이번 사건을 "그리스 현대 국가가 출범한 이래 최대의 추문"이라고 규정하며,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위 관료들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리스 당국은 특정 의약품의 그리스 시장에서의 판매를 촉진하고, 부풀려진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바티스가 의료진과 공무원을 비롯한 수 천 명에게 불법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잡고 2016년부터 조사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제보자들의 폭로로 2012년∼2015년 총리를 지낸 안토니스 사마라스 전 총리 등 전직 총리 2명, 현재 유럽연합(EU) 난민 담당 집행위원인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전 보건 장관, 현재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로 재직 중인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전 재무 장관 등 장관 출신 8명의 수뢰, 배임, 돈 세탁 등의 혐의가 포착됐다.

하지만, 이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정부가 정적을 탄압하기 위해 정치 공작을 벌이고 있다고 반발하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야당인 보수 신민주당 소속이다.

2006∼2009년 보건 장관을 지낸 아브라모풀로스 EU 집행위원은 익명의 제보자들을 명예 훼손과 위증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제보자들의 신원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그리스 당국은 노바티스가 의료진과 공무원에 대한 광범위한 뇌물 살포와 약값 부풀리기 방식으로 2006∼2015년 그리스 국고에 미친 손실이 3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바티스는 특히 그리스가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며 상당수 그리스 국민이 빈곤에 빠진 2010년 이후에도 약값 부풀리기를 지속해왔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노바티스는 그리스 당국에 협조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감사와 비위 직원 처벌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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