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로 사실상 재건축 힘들어져…"재산권 침해"
주차공간 가구당 0.4대꼴…주거환경 생각보다 열악
양천발전시민연대는 지난 20일 양천구의회에서 긴급토론회를 진행했다©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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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정부가 민간이 주도하는 재건축을 통제 아래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행위입니다" (목동 거주 50대 여성 A씨)
지난 20일 오후 7시 양천구의회에서 양천발전시민연대(이하 양발연)는 '지진 및 대형 화재 대응 양천구민 긴급 토론회'를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정부는 이날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정상화를 내놓으면서 토론회 성격이 모호해졌다.
토론회에는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 김경자 서울시의원, 전희수 양천구의회 의장이 참석했다. 그뿐만 아니라 생업을 마친 직장인과 주부 등 수십명이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은 토론회가 마무리된 후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했다.
◇ "공권력이 개인 재산권 침해" 주민들 집단 반발
국토교통부는 이날 재건축 안전진단 과정에서 구조안전성 비중을 기존 20%에서 50%까지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 추진을 결정하는 첫 번째 과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30년 연한 단지 중 안전진단 미이행 가구는 10만3822가구로 집계됐다. 그중 양천구는 2만4358가구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업계 안팎에서도 재건축 가능 연한을 채웠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목동 재건축 단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50대 주민은 "이번 정부 발표로 목동 집주인들이 가장 큰 희생자가 됐다"며 "정부가 양천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기습발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동은 외부에서 인식하는 것과 달리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우선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가구당 평균 주차대수가 0.45대에 불과하다. 단지 내에선 3중 주차까지 허용되면서 화재 시 구급차가 신속히 접근할 수 없는 구조다. 또 건축 30년 이상 단지로 스프링클러가 없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목동아파트에선 지난 10년간 9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재건축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민들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재건축을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일부 단지는 안전진단을 위해 주민 동의서를 20∼30%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방안에 따라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고 반발했다.
한 60대 주민은 "정부가 재건축을 막는 대신 주거여건 개선을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주민들이 직접 새 아파트에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꺾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7단지 모습©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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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거주했는데…목동 주민들은 모두 투기꾼?
최근 목동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양천구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Δ2015년 4.75% Δ2016년 11.83% Δ2017년 8.57%를 찍었다. 지역 내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7단지의 전용면적 53㎡ 실거래가는 지난 1월 8억9000만원에서 최근 9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주민들은 단기간 급격한 집값 상승을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목동 집주인들을 전부 투기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양발연은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또 다른 주민은 "자녀 교육을 위해 10여년 전 목동에 이사를 왔고 이곳 주민들 대부분이 비슷하다"며 "재건축은 특별한 과정 없이 진행되는 걸로 아는 분들도 꽤 있을 정도로 투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내진설계 미반영 아파트에 별도의 간소한 절차를 두고 있다. 구조적·기능적 결함을 가진 경우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목동 역시 1985년 이전 설계로 내진설계가 미반영돼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재건축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진설계 미적용으로 재건축을 허용하면 대상 범위가 넓어진다"며 "정부의 현행 제도하에선 내진설계를 보강하라는 지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리모델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로선 부족한 주차장 문제와 내진설계 등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만 목동에서 리모델링 추진은 당장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목동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건축을 준비한 상황에서 갑자기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강남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볼모로 목동이 잡혀 있는 꼴이 됐다"고 강조했다.
passion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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