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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고은 시 교과서에서 빠지나?…집필진·저자 뜻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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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발행사·저작자에 수정·보완 권한" 신중

과거 정치인 사례처럼 '공통기준 마련' 의견도

뉴스1

고은 시인 (뉴스1DB)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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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교육부가 문단 내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고은 시인의 시가 실린 교과서에 대한 현황 파악에 나섰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도 출제됐던 그의 작품이 중·고교 교과서에서 빠질지 관심이다. 검정교과서 수정·보완 권한은 출판사와 저자에게 있어 이 기회에 공통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육부는 21일 고은 시인이 후배 문인들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커지면서 그의 작품이 실린 교과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고교 국어과 교과서 11종에 고은 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중학교 교과서는 1개 출판사의 국어 교과서에 그의 시 '그 꽃'이 수록돼 있다.

고교 교과서 가운데는 6개 출판사가 발행한 문학 교과서에 '선제리 아낙네들', '성묘', '순간의 꽃', '어떤 기쁨', '머슴 대길이' 등의 시가 실렸다. 이 중 '선제리 아낙네'들은 2011학년도 수능 국어영역에 출제되기도 했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고교 1학년이 배울 새 국어 교과서 2종에도 그의 시 '순간의 꽃'과 고은 시인을 언급한 다른 작가의 수필이 게재됐다. 국정체제로 제작된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엔 고은 시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교육부가 직접 나서 고은 시인의 작품을 제외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중·고교 국어과 교과서는 모두 검정교과서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작권을 갖는 국정교과서와 달리 검정교과서는 민간출판사가 개발해 검정 심사를 받은 것이다. 교과서 저작권과 수정·보완 권한 모두 교과서를 개발한 민간출판사와 저자에게 있다.

교과서에 오탈자나 오류 등 수정할 내용이 있으면 출판사와 저자가 수정·보완할지를 판단한다. 이후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 운영하는 수정보완시스템을 통해 교육부에 수정·보완을 요청하면 교육부는 최종 승인하는 권한만 갖는다.

교육부는 "중학교, 고등학교 국어교과서는 검정도서로 수정·보완 권한이 발행사와 저작자에게 있다"며 "향후 발행사나 저작자의 수정·보완 요청이 있는 경우 교과서 상시 수정·보완 시스템을 통해 관련 내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와 저자가 고은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 제외할지 먼저 결정한 후 수정·보완 요청이 들어와야 교육부가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은 시인의 문단 내 성추행 논란이 불거진 이후 현재까지 그의 작품에 대해 수정·보완을 요청한 출판사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검정체제 하에서 발행사와 저작자의 자율성은 존중받아야 하므로 교과서 작품 수정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전문적 판단에 근거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와 문학계에선 문학 작품은 작가의 사생활이나 활동과 분리해 작품성으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 실제 고은 시인의 작품이 교과서에서 빠질지는 미지수다. 실제 친일 행적으로 논란이 된 서정주 시인의 작품도 국정교과서일 때는 빠졌지만 검정교과서로 바뀌면서 다시 실렸다.

이 기회에 정부가 공통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부는 2012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작품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소개하는 글이 교과서에 실려 논란이 일자 정치인에 대한 공통기준을 만들어 2013년 검·인정 교과서 심사부터 적용했다.

당시 마련한 '교육의 중립성 관련 검정기준 적용지침 및 검정 절차 개선안'에 따르면 초중고 교과서에 정치인의 작품은 실을 수 있지만 정치인의 이름이나 사진, 관련 글은 수록할 수 없다.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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