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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야권 단일화 없다"지만…속내는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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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바른 기(氣)싸움 기류 "먼저 요구할 순 없다"

CBS노컷뉴스 유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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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 및 당 지도부가 14일 오전 서울역에서 설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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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를 겨냥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야권 단일화를 타진하는 분위기가 조심스레 생겨나고 있다. 양당 핵심 관계자들은 일제히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절대 불가' 입장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오히려 양측 모두 "우리 쪽에서 먼저 요구할 수는 없다"고 하고 있어 주도권 경쟁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권의 속내가 복잡한 이유는 전에 없이 불리한 선거 지형 때문이다. 텃밭이었던 부산‧울산‧경남(PK)의 판세가 박빙으로 흐를 조짐이고, 수도권의 경우 분열 구도로는 광역‧기초 단위의 전패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때문에 수도권 광역 단체장 후보로 거론되는 측에서 단일화 요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한국당의 수도권 유력 후보 측 관계자는 2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쪽에서 먼저 당에 후보 단일화를 요구할 순 없다"면서도 "단일화는 당연한 희망사항"이라고 털어놨다.

단일화의 핵심 연결고리는 서울시장 후보다. 바른미래당의 간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를 준비 중인 반면, 한국당의 굵직한 후보들이 출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를 안 전 대표로 할 경우 바른미래 쪽에서 유력 후보가 없는 인천‧경기를 양보하는 식의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안 전 대표는 통합 과정에서 '다당제의 지속'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도 한편으론 '민주당과의 양자구도'를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바른미래당 유일한 광역단체장인 원희룡 지사 역시 양자구도가 절박한 입장이다.

그러나 양당 모두 공식적으론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높게 관측하면서 "(후보 단일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공작정치"라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안 전 대표의 통합을 결국 한국당과의 결합하는 수순의 '적폐연대' 프레임으로 몰아가기 위해 단일화 기류를 언급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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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귀성인사차 서울역을 찾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승차 플랫폼으로 가고 있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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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홍문표 사무총장도 "116명(한국당 의석)과 30명(바른당 의석)이 같이 하는 연대설이 어디 있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양측이 단일화 가능성에 발끈하는 이유는 양당이 보수진영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먼저 요구하는 쪽이 불리한 입장임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야권 관계자는 "바른당은 지방선거에서 일정 수준 이상 지지율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고, 한국당 역시 바른당을 힘으로 제압해야 주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상대방의 '항복'을 전제로 한 단일화 협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국당 핵심 당직자는 "(바른당이) 도저히 안 되겠다며 (당에) 입당한다고 하면 그때서는 (후보 단일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투항을 전제로 한 '조건부 단일화' 수용 입장인 셈이다. 바른당 고위 관계자 역시 "우리가 먼저 단일화를 요구하진 않겠다"면서도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보수진영 내부에서 장기적으로 총선을 대비한 대통합 요구가 거센 점도 단일화를 완전히 일축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를 공론화하기도,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려운 상황 때문에 '묵시적 단일화' 관측도 제기된다. 공개적인 후보 단일화 선언을 하지 않음으로써 여권의 '적폐연대' 공세를 피해가되, 일부 지역구를 무(無)공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야권 단일화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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