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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통상보복①]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왜 한국만 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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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태양광 관세폭탄 이어 韓철강 수입규제

美中 통상전쟁 여파 한국기업 피해 지적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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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 = 미국의 통상 압박이 한국의 대미 수출제품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국내 산업계에 '트럼프발(發) 리스크'가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한국산(産)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관세폭탄을 퍼붓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전격 발동한 데 이어 지난 16일(현지시각) 한국을 포함한 12개 철강 수입국 제품에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철강업계 등 산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최근 잇따르고 있는 고강도 수입규제 조치 사례 등을 감안할 때 초강력 최종 규제안이 나올 것으로 우려한다.

◇美전방위 무역보복, 한국 대상 수입규제 5건 중 1건이 미국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 32억6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의 철강을 수출했다. 캐나다와 브라질에 이어 미국 철강 수출국 3위다. 그런데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이번 수입규제엔 주요 철강 수출국 중 미국의 동맹국으론 유일하게 한국이 포함됐다.

미국의 전통 우방인 캐나다와 일본(7위), 독일(8위), 대만(9위)은 규제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의 미국 안보 침해 여부를 조사해 수입을 제한하는 대통령 직권 조치여서 한국 정부는 동맹국이라는 점을 방어 논리로 삼아 왔다.

국내 산업계 안팎에서 이번 수입제한 조치가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통상 압박도 화학제품과 세탁기, 태양광에 이어 철강 등으로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한국을 대상으로 한 각국의 수입규제 196건 중 미국이 규제조치가 40건(20.4%)으로 가장 많다.

트럼프 정부의 '한국 때리기'엔 여러 복합적인 배경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통상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과 산업구조가 비슷한 한국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협회는 최근 '대미 통상 6대 이슈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의 산업구조가 중국과 매우 유사해 중국을 겨냥한 수입규제에 한국이 함께 노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제한하면, 한국 기업이 수요를 대체하고 다시 미국에 무역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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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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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중국과 경합 韓기업 피해, 美민간기업 제소 남발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수입규제를 받고 있는 국가는 중국(163건)이다. 한국(31건)은 중국과 인도(39건)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무역분쟁을 겪고 있다. 우리 정부는 철강 수입 규제에 한국 철강업체가 포함된 이유 중 하나로 저렴한 중국산 철강을 가공해 수출한다는 점을 꼽았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수입철강 고율관세 부과와 관련해 "시발점은 중국이라고 본다"며 "12개국 목록은 대미 철강 수출량이 급증한 나라, 오버 커패시티(생산 과잉) 문제가 있는 나라, 중국으로부터 수입량이 최고 많은 나라의 교집합"이라고 했다.

제조산업 후퇴로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민간기업들의 제소 남발도 하나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제조기업이나 특허괴물들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가전회사인 월풀의 제소로 발동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입제품 세이프가드 조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비트 마이크로의 제소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진행 중인 차세대 저장장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관세법(337조) 위반 조사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을 포함한 해외 반도체 제조업체가 규제 대상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미국의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는 대부분 민간 기업들의 제소(petition)에 의해 이뤄진다"며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맞물려 우리 기업들과 경쟁하는 미국기업들의 제소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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