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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취재파일] 靑 "안보·통상은 별개"…트럼프 논리로 되치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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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전방위 통상 압박에 사실상 정면 대응을 선언했습니다. 집권 2년차 목표로 ‘경제’를 꼽은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의 연이은 보호무역 조치를 더 이상 좌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특히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이 수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 文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에 대해서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여부 검토 등을 통해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고 한미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당당함’을 넘어 ‘결연함’까지 주문한 겁니다.

문 대통령은 또 해당 산업의 국제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 규제 확대로 수출 전선의 이상이 우려된다며 미국 조치의 부당함을 꼬집었습니다. 수출 경쟁력을 갖춘 우리 산업에 미국이 부당하게 수입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앞서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에 대해 세이프가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취한 데 이어, 지난 설 연휴 기간에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최고 53%, '관세 폭탄'까지 예고했습니다. 우리 나라를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겨냥했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지만 주요 동맹국 중 일본, 독일 등은 다 빠지고 우리만 포함돼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습니다.

● 靑 ''안보 논리'-'통상 논리' 다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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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안보 동맹인 미국에 대해 이렇게 해도 괜찮은 걸까?' 이런 정면 대응 주문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대통령의 생각은 안보의 논리와 통상의 논리는 다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입니다. "(안보와 통상을) 서로 다르게 궤도를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동맹은 동맹이고 무역은 무역’이라는 겁니다.

북핵 문제 해결 등 우리 안보에 미국이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또 당면 과제인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서도 미국의 협조가 절실하지만 한미 양국 간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는 결이 다른 사안이라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안보와 경제를 서로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건데, '동맹국이라 해도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입니다.

청와대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미FTA 개정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적 불공정 무역협정 사례로 꼽아온 한미FTA에 대해 우리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한 겁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한미FTA의 개정이 한 번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서 “법 체계 측면에서 한미FTA가 공정치 못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 나라의 경우 한미FTA가 최상위법으로서 모든 법에 우선해 적용되는데, 미국은 연방법이 (한미FTA보다) 우선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통상 압력에 대해 "어떤 국제법과 관습법에 근거해 세계무역기구협정(WTO)이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지 검토해보자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를 취했을 때는 WTO 제소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번 미국의 보호 무역 조치에 대해 WTO 제소를 검토하기로 한 까닭을 묻는 질문에는 "중국의 경우 한미FTA와 같은 시스템적인 불공정 문제는 없었다"며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 '분리 대응' 이상적…전략 뒷받침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이렇게 정면 대응을 선택한 이면에는 경제 주권 수호라는 근본적 이유와 함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협조를 얻기 위해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선긋기를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우리 입장에서는 안보와 통상,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청와대 설명처럼 분리 대응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최선입니다. 북핵 등 안보 문제는 철저한 한미 공조를, 경제 문제는 선의의 경쟁을… 이렇게 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미국뿐 아니라 역대 어느 강대국도 안보, 다시 말해 군사력을 경제적 이익 확보에 활용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행히 한미 양국의 경우, 안보에 관한 한 북핵 문제 대응이라는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어 당장 균열을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큰 그림으로 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미국의 힘과 영향력, 이해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규정했습니다. 그런 중국을 견제가 아닌 ‘균형 외교’의 대상으로 규정한 우리 나라가 미국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습니다. 더구나 지난 국빈 방한 때 트럼프 대통령이 동참을 요구한 ‘인도-태평양 구상’에도 우리 나라는 즉답을 피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의 부당한 통상 압박에 당당하고 결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외치니 우리도 외친다’는 식이 되어선 곤란합니다. 미국이 “동맹과 무역은 별개”라고 말할 수 는 건 스스로 상황을 그렇게 통제할 수 있다는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건지도 모릅니다. 외교에서 말보다 중요한 건 전략입니다. 19일 발언 역시 그런 전략적 차원의 대응이었기를 기대해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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