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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보세] ‘#미넥스트?(MeNext?)’…공포에 질린 美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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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국에서 개인의 총기 소유는 1791년 제정된 수정헌법 2조가 보장한 기본권이다. 건국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총싸움과 영국의 크롬웰 같은 독재자의 출현을 경계하며 민병대를 조직하고 무장할 권리를 인정한 데서 비롯됐다.

다만 수정헌법 2조가 명문으로 개인의 총기 소유를 보장한 건 아니다. ‘잘 규율 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州)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보유하고 소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명시했을 뿐이다.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 연방 대법원이 2008년 수정헌법 2조가 개인의 총기 보유 및 소지 권리를 보장한다는 판례를 남기면서 일단락됐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대법원이 2008년 돌연 입장을 바꾼 게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한다. 1969~86년 대법원장을 지낸 워런 버거는 1991년 수정헌법 2조가 개인의 총기 소유 권리를 보장한다고 해석하는 건 미국 대중에 대한 이익단체의 ‘사기’라고 일갈했다.

미국에서 총기 규제 논란이 다시 뜨거워졌다. 지난 14일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퇴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학생과 교사 등 17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나면서다. 당시 운 좋게 목숨을 건진 한 학생은 CNN에 “우리가 어떻게 18, 19살에 총을 사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이른바 ‘총기난사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총기 규제를 강화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이유다.

이 와중에 인근에서는 총기를 사고 파는 ‘건쇼’(gun show)가 열렸다. 건쇼에서는 “언론이 총기를 악으로 몰아간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총기는 자기방어 수단으로 이를 소유하는 건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항변했다. 기존 규제만 잘 지켜도 문제 될 게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잇따른 총기 사고가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 속에 일어난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NRA의 로비 때문이든, 연방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든 미국 정치권의 총기 규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민간에서 총기를 규제하기 어려우면 총알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나왔을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이번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공분을 샀다. 그는 지난 17일 트위터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느라 플로리다 총기난사범의 신호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플로리다주 참사 뒤 미국 10대들의 소셜미디어에서는 ‘#미넥스트?(MeNext?)’라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살려달라는 애원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미국에서 해마다 암이나 약물로 죽는 아이보다 총에 맞아 죽는 아이가 더 많다고 꼬집었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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