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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텐트로 지은 나만의 별장… 1박 아닌 '長泊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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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찾아가는 '고정 텐트'… 국내 캠핑장 수 증가하며 유행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반년까지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는 '장박(長泊) 캠핑'이 인기다. 하루나 이틀을 묵고 텐트를 다시 걷어가는 일반적인 캠핑과 달리, 한 장소에 텐트를 몇 달이고 설치해놓고 퇴근 후 또는 주말마다 찾아가 캠핑을 즐기는 것이다. 텐트가 일종의 별장인 셈이다.

캠핑할 때마다 장비를 챙기고 텐트를 치고 접는 번거로움이 없다. 오랜 기간 머물 수 있어 텐트 안을 방처럼 꾸밀 수 있다. 경주 문복산에서 장박 캠핑 중인 김기현(46)씨는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해 텐트 안에 오디오를 두고 음악 감상실로 꾸몄다"며 "주말이면 그날 기분에 맞는 LP를 들고 텐트로 향한다"고 했다. 텐트 안을 서재로 꾸미거나, 각종 요리도구를 가져가 작은 주방을 만드는 등 각자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게 장박 캠핑의 매력이다. 침대와 TV, 난방기구까지 설치해 자취방처럼 꾸미는 이들도 있다.

조선일보

한곳에 쳐놓은 텐트를 오랫동안 드나들며 취향대로 꾸밀 수 있다는 것이 장박 캠핑의 매력이다. /사진=김기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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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텐트를 비워뒀을 때 도난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캠핑 마니아들은 관리인이 상주하면서 캠핑장을 관리 감독하고, CCTV가 설치된 곳에서만 장박을 즐긴다. 새 텐트보다는 낡거나 중고 텐트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달이고 눈·비바람과 햇빛 등에 노출돼 텐트가 훼손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붕이 경사져 물과 눈이 흘러내리기 쉬운 구조로 된 티피형·돔형 텐트를 주로 사용한다. 캠핑장들은 월 15만원 정도를 받고 장박 캠핑 자리를 내어준다.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장박을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

업체 관계자들은 전국 캠핑장 개수가 빠르게 늘며 장박 캠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3~4년 전만 해도 몇 달씩 캠핑 장소를 내주는 곳이 드물어 골수 마니아들만 장박을 즐겼다. 하지만 캠핑 붐과 함께 전국 캠핑장 수가 빠르게 늘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한산해진 캠핑장을 채우기 위해 장박을 허용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국 캠핑장 수는 2015년 1219개에서 올해 1월 1977개로 늘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캠핑장 '짱아캠프' 사장 황석열(60)씨는 "겨울에 보통 텅 비어 있을 캠핑장이 장박 손님들 덕분에 가득 차 있다"며 "장박은 업체와 손님이 윈윈하는 캠핑 트렌드"라고 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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