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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뉴스 TALK] 상생 외치더니… 뒤통수 친 유한킴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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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기업 이미지를 내세워오던 유한킴벌리가 10여 년간 정부입찰에서 담합을 주도해놓고 정작 자신은 면죄부를 받은 것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반면 유한킴벌리의 '을'인 대리점들은 '과태료 폭탄'을 맞았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유한킴벌리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자사 23개 대리점과 함께 135억원대 정부입찰 담합을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조달청 등 14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마스크·종이타월 등 41건의 위생용품 입찰에 참여할 때 대리점들과 가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했습니다. 공정위는 유한킴벌리 본사에 2억1100만원, 23개 대리점들에는 총 3억9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선비즈


하지만 유한킴벌리 본사는 2억여원의 과태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담합을 스스로 신고하면 과태료를 감면해주는 리니언시(Leniency) 제도 때문입니다. 공정위가 담합 사실을 적발할 수 있었던 것은 유한킴벌리의 신고 덕분이었습니다. 유한킴벌리 측은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가격 공유행위가 담합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무팀의 의견을 듣고 2014년 공정위에 신고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담합을 주도한 유한킴벌리는 과태료를 면제받았지만, 종업원이 10명 안팎인 영세 대리점들은 각각 수천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할 판입니다.

본사가 스스로 신고해 자신만 처벌을 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대리점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본사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대리점 입장에서 본사가 시키는 일을 거절하기 어려운 데다, 법률적으로 담합에 해당하는지조차 몰랐다는 것입니다. 법무팀을 갖추고 법적 검토를 할 수 있는 본사와는 사정이 다릅니다.

여론이 들끓자 유한킴벌리는 "개별 대리점 등의 구체적인 과태료 규모를 확인한 후 과징금 대납을 포함한 손실 보전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했습니다. 담합을 주도한 시장 지배적 기업이 법리상 문제가 될 것 같자 스스로 신고를 해 과태료 면제를 받는 리니언시 제도가 정의에 부합하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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