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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올림픽 정신 보여준 아름다운 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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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여제’의 아름다운 은메달이었다. 18일 평창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는 한국 스포츠 역사에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올림픽 3연패에 나선 이상화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에게 안타깝게 금메달을 내줬지만, 온 국민은 그의 선전과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를 마친 이상화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12년간의 눈물을 쏟아낼 때는 지켜보던 이들도 함께 울컥했다.

아름다운 장면은 그다음으로도 이어졌다. 고다이라가 이상화에게 다가와 어깨를 감쌌고, 이상화는 몸을 기댔다. 두 사람은 가볍게 포옹한 채 각자의 국기와 함께 빙판을 돌았다. 서로 “잘했다” “너를 존경한다” “네가 자랑스럽다” 격려했다. 필생의 라이벌이자 서로를 동력 삼아 자신과 싸워 온 두 사람이다. 한·일 간 정치적인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정신으로 하나 된 두 영웅의 어깨동무에 외신들도 주목했다. 미국 NBC는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보여 줬다”고 보도했다.

인상적인 장면은 같은 날 여자 쇼트트랙 1500m 시상식에서도 있었다. 금메달리스트 최민정과 동메달리스트 킴 부탱(캐나다)이 한 손씩을 내밀어 하트를 만들었다. 500m 결승 때 최민정의 실격 이후 킴 부탱을 향한 ‘악플테러’로 껄끄럽게 만났던 두 선수다. 최민정은 “부탱이 (하트 세리머니를) 제안했다. 모든 선수는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판정은 오직 심판의 몫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빙판에선 양보 없는 경쟁자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룬 후에는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 정신. 그리고 역사와 정치의 간극마저 허물 수 있는 스포츠의 힘. 올림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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