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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산업기밀 유출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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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적극 공개’ 방침.. 기업들은 ‘생존’ 위협.. 유해물질 목록.환경 파악 근로자 산재 입증 쉬워져
20일 삼성 온양공장 공개.. 경영.영업상 비밀도 포함 유출 정보 제재장치 없어.. 산업계 ‘기밀 유출’ 촉각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연구원들이 수원 공장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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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기업의 영업 비밀이 담긴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전면 공개할 방침이다. 20일 예정된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 공개가 그 시발점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입증이 쉬워지고 작업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계는 최악의 경우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기밀 유출 문제를 염려하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안전보건자료 정보공개 지침 개정을 통해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적극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정부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가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부분 공개만 해왔다.

하지만 대전 고등법원이 지난 1일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대전고법은 그동안 비공개 대상 정보로 분류됐던 측정위치도 등을 영업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중시하는 법원 판결에 따라 관련 지침을 개정하려 한다"고 전했다.

법원 판결대로 측정대상이 되는 노동자 이름을 제외한 전체 자료를 확보하면 근로자의 산재 입증이 수월해진다. 사업장 내 유해물질 목록과 인체에 노출되는 정도 등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에는 기업의 기술 노하우가 무분별하게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공정 규모, 근로자 정보, 레이아웃, 사용물질 등 공정 전부가 담겨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일반인들이 봐서는 모르겠지만 동종업계 종사자가 보면 (해당 기업 기밀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 1심은 측정위치도 등을 기업의 경영.영업상 비밀이라고 판단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업계 특성상 장비 스펙, 배치, 공정 흐름 등 세세한 사항 하나하나가 영업 비밀로 분류된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3월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장 종합진단보고서를 외부에 유출해 곤욕을 치렀다. 정보 공개 대상 범위가 확대되면 이같은 유출 문제는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보 공개 청구에 따라 공개된 정보가 유출된다고 해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정보 공개 청구에 따라 공개된 정보가 유출될 경우 이를 제재하는 장치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뿐 아니라 관련 산업계 전체가 긴장하는 이유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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