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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트럼프발 신 냉전오나...중국의 무역보복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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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자중지란, 동맹 무력화, 약점 노리는 공성 수순 밟을 듯
SCMP “2차 냉전의 새벽이 왔나...미⋅중 경쟁심화 확실”

“트럼프 대(對) 중국: 두번째 냉전의 새벽인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18일 칼럼의 제목이다. 칼럼은 중국과의 친밀을 과시했다가 적대관계로 돌아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롤러코스터 외교를 소개하면서 미국과 중국간 경쟁심화가 확실시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첫해인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 대해 사상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으로 양국의 글로벌 영향력 경쟁이 가열되고, 두 나라 모두 국수주의적 지도자를 두고 있는 점등이 과거 옛소련과 미국간 대치에 이은 ‘2차 냉전’ 가능성의 배경으로 꼽혔다.

양국의 긴장 관계는 미국이 창을 휘두르고, 중국이 방패로 막는 형세를 띠고 있다. 지난 16일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의 수입관세 부과를 건의한 미국 상무부의 보고서에 대해 중국 상무부가 주말인 17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최종 결정이 중국 국익에 영향을 준다면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반드시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게 사례다.

지난 1월 미국이 외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이달초 미국산 수수에 대해 직권으로 반덤핑과 반보조금 조사를 개시한 것도 그렇다. 미국이 16년만에 처음으로 발동한 세이프가드가 중국을 겨냥하자 “중국이 미국산 수수 반덤핑 조사로 경고를 한 것”(팡진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긴장은 4월에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검토하고 철강은 4월 11일, 알루미늄은 4월 19일까지 대응방침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에선 양국간 전면적인 무역전쟁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미국이 영향 범위가 크고 불합리한 무역제재를 취하면 보복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양국간 긴장 고조는 주변국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중국이 자국의 전통적인 병법에 따라 자중지란(自中之亂) , 동맹 무력화, 약점을 공략하는 공성(攻城)의 수순으로 접근할 것으로 본다.

조선비즈



(1)자중지란

적의 내부 분열을 이끄는 자중지란은 중국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과거 미⋅중간 경제분쟁이 커질 때마다 주중국 미국상회(암참 차이나)는 중국 논리를 전파하는 역을 맡았다.

미국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의 피터 나바로 위원장은 저서 ‘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날’에서 암참(미국 상공회의소)을 중상주의와 보호주의로 미국 경제와 일자리를 교란하는 중국을 옹호하고, 미국인 근로자에게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자는 내용의 중국 법안에서 핵심 조항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로비를 벌였던 곳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중국은 미·중 경제 분쟁이 생길 때마다 현지 진출 미국 기업들을 통해 중국의 논리를 전파했다. 2010년 미국 의회가 환율조작 의심을 받는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 법안’을 추진할 때 암참차이나가 “해당 법안이 되레 미국의 일자리를 희생시킬 수 있다”며 반대 성명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종전과 달리 최근 중국의 불공정한 사업환경을 잇따라 공개 비판해온 암참 차이나 소속 회원사들이 양국간 무역갈등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건 중국이 미국내 자중지란을 부추길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발 무역전쟁이나 마찰이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면 중국내 사업환경이 역효과를 낼 것으로 미국 기업들이 걱정하고 있다”(레스터 로스 암참차이나 정책위원장)는 것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자중지란 전술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중국은 보복 신호를 잇따라 내보내면서 상대의 전투의지를 꺽으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언론을 통해 미국 국채 매도와 미국산 대두 수입 억제 가능성을 흘리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 최대 큰손이고, 미국산 대두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 국채를 1265억달러어치 매입해 보유규모를 1조 1849억달러로 늘렸다.

(2)동맹(同盟)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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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룸버그,청와대,신화통신



적이 맺고 있는 동맹 관계를 흐트러 뜨리는 건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구사해온 전법이다. SCMP는 “두번째 냉전은 옛소련과 미국이 각각 이끄는 동맹간 경쟁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1차 냉전시기와 다르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서방에 있는 미국의 전통적인 무역 동맹국으로부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은 무역에선 동맹이 아니다”는 발언은 자유 민주주의를 내세운 정치동맹과 경제동맹을 동일시한 전통적인 미국의 대외 전략에서 벗어나 있다. 미국 상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의한 철강 수입제한에 대한 3가지 선택 방안중 두 가지는 모든 국가의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한다. 동맹국과 비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 접근이다.

중국은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큼 정치와 경제가 혼합된 영향력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냉전식 사고를 버리라고 주장하지만 시 주석이 내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는 중국 중심의 국제 블록을 만드는 행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트럼프의 무역보호주의 창 끝이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까지 겨냥하면서 중국의 병서(兵書) ‘36계’에 나오는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을 펴는 데 한국을 끌어들일 지 여부도 주목된다.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해친다는 차도살인은 미국의 고립을 심화시키는 효율적인 전법이 될 수 있다. 중국으로선 트럼프의 창에 한국과 함께 방패를 드는 전략을 검토할 수 있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이후 한⋅중간 경제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여의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최대 교역 상대인 유럽연합(EU)과 무역갈등을 겪는 것도 미국의 동맹을 무력화시키려는 전략을 펴는데 어려움을 더한다.

(3)약한 고리 공성(攻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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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본격화할 때 약한 고리를 노리는 전략을 우선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회를 봐 수시로 양을 슬쩍 끌고간다는 순수견양(順手牽羊)은 작은 약점이라도 놓치지 않고 계속 공략해서 작은 이익이라도 착실히 쌓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미국산 수수에 대한 반덤핑 반보조금 조사 개시가 대표적이다. 중국의 미국산 수수 수입은 연간 10억달러에 불과하다. 수입제한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작은 이익’이다. 중국은 이번 행보를 통해 지난해 연간 139억달러어치를 수입한 미국산 대두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내보낸 것으로 보인다.

팡진(方晋) 국무원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가 전면적으로 이뤄지면 중국은 우선 미국의 스윙스테이트(부동층 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정치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약한고리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출하는 대두의 62%를 사가는 중국의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을 흔들 수 있다. 하지만 돼지고기 사료로 쓰이는 미국산 대두 수입억제는 돼지고기 가격 인상으로 중국의 식탁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 수입을 크게 늘리는 배경이다.

미국의 제조업을 상징하는 보잉의 여객기와 미국산 자동차와 반도체 수입 억제도 중국이 꺼낼 수 있는 보복카드로 거론된다. 중국은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첫 방문할 때 성과중 하나인 370억달러어치 규모의 보잉 여객기 300기 구매 계약을 취소 할 수도 있다. 현재 보잉사 여객기 25%가 중국에 팔린다. 미국산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각각 17%와 15%가 중국시장에서 소화되고 있다. 미국 퀄컴의 반도체 등은 중국에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보복 타깃이 될 가능성이 낮다.

애플의 아이폰 수입 억제도 중국매체를 통해 보복카드로 꼽힌다. 하지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의 공장이 중국에 몰려있어 중국인 일자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도 보복 카드로 꼽힌다. “중국이 달러자산 매도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 국채 매도설은 미국에 압박요인이 될 수 있어 중국이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중국 시장 팀장)는 관측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가 국채 금리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중국 인민은행에 금리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에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보유 미국 국채를 한번에 매도할 수 없기 때문에 매도 개시만으로도 중국의 보유외환 가치를 급락시킬 수 있다.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국채 매도 가능성을 보도하자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가짜뉴스라고 즉각 해명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난 집을 공격한다는 진화타겁(趁火打劫) 전략은 미국 정부가 인프라 투자 지출 등 예산 부족으로 재정위기를 겪는 시점을 노려 미국 국채 매도설이 계속 나올 수 있음을 짐작케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xiexi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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