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한국당의 지방선거 추억, 1998년이냐 2010년이냐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설 명절이 끝나면서 6·13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여야 예비주자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은 평창 동계올림픽 종료 즉시 선거 국면으로 전환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선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설 명절 기간 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모두 합심해서 지방선거를 돌파하자”고 당원과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한국당의 지방선거 목표는 광역단체장 6곳 이상이다. 현 수준 유지를 승리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안팎의 상황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목표치다.

한국당엔 지방선거 신화가 있다. 2006년 치러진 제4회 지방선거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차지해 노무현 정부 임기 후반에 치명타를 가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겨우 1곳을 건졌다.

2006년 지방선거는 정권심판 성격이 강했다. 실제 임기 4년차 노무현 정부의 지지도는 하락세였다. 반면 한나라당에는 ‘보수의 아이콘’ 박근혜 대표가 있었다. 박근혜 대표는 서울 신촌 유세 과정에서 피습돼 동정표까지 싹싹 끌어모았다. 지방선거 승리 후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 집권 초반기다. 그렇다고 한국당에 박근혜와 같은 선거의 여왕도 없다. 야당을 향한 동정 여론도, 야당의 공격 무기인 심판론도 강하게 감지되지 않는다.

당내 일부 전략가는 2010년 지방선거에 주목한다. 선거 전문가들은 그해 지방선거 직전 터진 천안함 침몰사건 등을 거론하며 ‘여당 유리’를 예측했다. 그러나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는 야당인 민주당이 7곳, 무소속 2곳, 자유선진당 1곳을 획득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6곳만 얻었다. 비록 집권 3년차이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 지지율은 낮지 않았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제1야당 민주당을 멀찌감치 앞섰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압승한 한나라당은 2008년 미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주춤하긴 했지만 여론 지지에서 굳건했던 편이었다. 이에 반해 87석의 민주당(당시 민주통합당)은 지리멸렬했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 사건이라는 안보 이슈까지 발생해 한나라당은 승기를 잡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개표 결과, 실제 민심은 예상과 달랐다.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이라는 생활정치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하며 승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이광재 강원지사, 김두관 경남지사(무소속 당선) 등 민주당 신진 세력이 지방권력 전면에 등장했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도 경쟁력있는 후보를 세웠다면 야당의 완승이 가능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처럼 어려운 조건에서도 야당이 승리한 선거였던 만큼 한국당은 2010년을 소환하고 싶어 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정권 이반 민심이 실제 투표에서 ‘폭발’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2010년과 2018년 상황은 다소 다르다. 2010년엔 정부·여당이 건재했지만 현재 문재인 대통령이나 더불어민주당만큼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2010년은 집권 3년차지만 2018년 6월은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에 돌입한 시점이다. 지난해 조기 대선을 감안하면 실제 집권 원년이나 마찬가지다.

야당이 여러 모로 불리한 구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대선주자급 중량감 있는 인물이나 2010년 당시 무상급식과 같은 폭발력 강한 이슈가 있어야 한다. 현재 한국당은 인물과 정책 모두 부재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당이 피하고 싶은 선거도 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두번째 실시돼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승리했던 1998년 선거다.

선거 지형만 놓고 보면 올해와 유사하다. 집권 2년차, 정권교체 직후 실시됐다는 점에서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극복이라는 거대 경제 이슈를 이끌며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 드라이브로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과도 비슷하다.

1998년 선거 결과 집권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6곳, 자유민주연합이 4곳에서 이겨 얻어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6곳에 그쳤다. 때문에 ‘어게인 1998년’은 한국당이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수 있다.

‘선거는 구도 70%, 인물 30%가 결정한다.’ 여의도의 선거 정설로 통하는 명제다.

한국당은 현재 불리한 구도를 흔들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 정부의 대북정책을 ‘친북좌파’, 경제기조를 ‘사회주의 포퓰리즘’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구도 뒤집기 전략이다. 집권세력이 ‘정의’와 ‘선’을 독점하며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자신들은 ‘적폐’로 찍혀 옴짝달삭 못하는 ‘구도의 덫’에서 벗어나야 선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준표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등 핵심 당직자들이 ‘이데올로그’로 나서 원색적인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일차적으로 흩어진 보수 민심 모으기를 시도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문재인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무조건 반대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 때문에 상처를 입었던 보수부터 끌어오는 게 우선이다. 중도니, 개혁이니 하는 건 나중 문제”라고 했다. 색깔론이 한국당으로선 ‘본질론’이면서도 선거 전략이라는 고백인 셈이다. 실제 한국당은 연일 문재인 정부 관련 이슈마다 각을 세우고 있다.

지방선거는 통상 50%대 초반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정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노년층의 투표율도 젊은층보다 높은 편이다.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보수표 결집이 최우선 과제이다. 거친 발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다음은 인물이다. 홍준표 대표가 직접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경쟁력있는 후보들을 물밑 접촉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그리 좋지 않다. 격전지인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서도 ‘필승 카드’가 보이지 않거나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마다 손사레를 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거에 없던 변수까지 생겼다. 바른미래당이 보수적자를 놓고 경쟁 채비에 나서는 등 보수세력이 분화했다. 홍 대표는 바른미래당에 대해 “남가일몽(南柯一夢),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했지만 보수의 선택은 장담하기 어렵다.

홍 대표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남겼다. “지방선거 승리만이 친북좌파 폭주 정권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새기고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국민들이 그것을 알 것으로 봅니다. 내 나라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데 대해 무한책임을 느낍니다. 나라를 정상국가로 만든다는 각오로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 임하겠습니다.”

제1야당 한국당에게 이번 지방선거는 ‘어게인 1998년’일까 아니면 ‘어게인 2010년’일까.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