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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즉위 5돌 앞, 근심 끊이지 않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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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개혁 노력, 지구적 현안 앞장에 인기 끌었으나

칠레 성폭력 비호 논란 사제 두둔 발언 파장

가톨릭 보수파들은 교회 개혁 시도에 반발



한겨레

1300여년 만에 비유럽(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가톨릭 수장에 오른 프란치스코(82) 교황이 다음달 13일 선출 5돌을 맞는다. 하지만 소탈하고도 개혁적인 행보로 큰 인기를 끌어온 교황은 최근 권위에 금이 가면서 우울한 선출 기념일을 맞게 됐다.

교황을 곤경에 빠트린 가장 큰 현안은 교회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사제 성폭력 문제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교황청이 8명으로 구성돼 성폭력 문제를 조사하는 아동보호위원회에 9명을 추가해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17일 보도했다.

아동보호위 개편은 교황을 질타하는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발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칠레를 방문했을 때 자신이 2015년 주교로 서임한 후안 바로스를 부당하게 옹호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바로스 주교는 자신의 멘토였던 성직자의 아동 성폭력을 직접 목격했다거나, 이를 무마하려 했다는 증언이 현지 사법당국 조사 때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교황은 사제 성폭력을 사과하면서도 바로스 주교에 대해서는 “나로서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를 비난할 수 없다”고 했다. 증거도 없는데 비난하면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 문제로 교황의 남미 방문은 비난만 키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해자들은 추행당할 때 휴대폰으로 촬영했어야 하냐며 반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아동보호위 위원장인 숀 오맬리 추기경조차 교황의 언급은 “피해자들에게 큰 고통의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아동보호위에 참여해 주목을 끈 피해자 2명은 바티칸 당국이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사퇴했다. 아동보호위 확대는 이런 반발을 달래려는 조처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베네딕토 16세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개혁적인 행보로 정치 지도자들 및 기독교 분파 지도자들이 앞다퉈 만나려 할 정도로 환심을 사 왔다. 난민과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 문제에 개입하고, 무슬림들에게 손을 내밀고, 이혼·재혼자들에게도 영성체 참여의 길을 터줄 수 있다는 취지의 입장으로 보수적 교리도 흔들어놨다.

하지만 칠레 사례처럼 언행과 주변을 둘러싼 시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바티칸 서열 3위로 교황이 재정 개혁의 중책을 맡긴 조지 펠 추기경이 아동 성폭력 혐의로 오스트레일리아 법원에 기소됐다.

교황의 행보는 가톨릭 보수파의 반발을 부르며 “이단을 퍼뜨린다”는 전례 없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최근 교황청이 최대 인구를 지닌 국가의 ‘잠재력’ 때문에 중국 정부의 사제 서품권을 인정하고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논란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일방주의, 고립주의, 민족주의가 휩쓰는 분위기에서 교황의 권위 하락이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바티칸 주재 영국대사를 지낸 프랜시스 캠벨은 <업저버>에 “종교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글로벌 리더들의 부재를 깨우쳐 주는 교황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이 아니라면 누가 민족주의와 고립주의로 후퇴하지 않고 거대한 윤리적 문제에 관해 깨우쳐 주냐”고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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