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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인터뷰] 모드로 동독 전 총리 "국제사회, 문대통령 운전공간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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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문제, 상호접근 속 실질적 개선이 중요"

"독일, 유권자와 정치권 간 유리현상 속 극우 부상"

연합뉴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한스 모드로 전 동독 총리 [베를린=연합뉴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한스 모드로 동독 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운전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드로 전 총리는 이날 독일 수도 베를린의 좌파당 당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6자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 관련국들이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조정해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모드로 전 총리는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 등이 만든 신동방정책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실용주의적이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할 때 해결 가능한 쉬운 문제부터 제시하는 게 훌륭한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문제가 있는 국가의 동의를 구해 실질적으로 개선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인권문제는 이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지, 국가 간의 상호 불신을 증대시키는 수사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모드로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을 위한 1990년 3월 동독의 자유 총선거 이전 (舊) 동독체제의 마지막 총리로, 동독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을 거부했고, 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지가 일반 국민 감시 자료를 소각하는 것을 막았다.

다음은 모드로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어떻게 보는가.

▲ 일방이 아닌 쌍방의 접근이 이뤄진 데 높이 평가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상호 노력과 접근으로 갈등을 극복하자고 한 데 대해 적극 공감한다. 평창 올림픽에서의 남북 대화 분위기와 관련해 독일 미디어가 상당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독일은 차기 외무장관직을 놓고 진통이 벌어지는 등 외교 부문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남·북한과 모두 외교를 맺는 나라인데 아쉽다.

-- 평창 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단일팀도 구성했다.

▲ 이런 게 스포츠로 남아야 되는 것인지, 정치적으로만 의미가 있는 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도 있는데, 두 가지 다 중요하다. 더 좋은 방식이 있으면 이를 살려야 한다.

-- 북한 측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나.

▲ 주독 북한대사관의 여러분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얼마 전 주독 북한대사관에 갔었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출생 기념행사에 초청돼 갔었다. 50명 정도의 인사들이 초청됐다. 박남영 북한 대사와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한반도 양상을 화해 방식으로 해야 한다. 남·북한이 긴밀한 연락망을 갖고 있는 게 중요하다.

--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은 형국이다.

▲ 한반도 통일은 국제적인 문제다.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를 목전에 둔 상태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기회를 잘 포착하고 해결하려는 문 대통령의 노력을 도와줘야 할 책임이 있다. 6자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 관련국들이 상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만 조정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운전대를 잡은 문 대통령에게 운전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 한국 정부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가.

▲ 2016년 한국을 방문하기 앞서 중국에 들렀는데, 중국전략연구소 측으로부터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부응하는 사드 배치 같은 결정은 한국 자신의 결정 공간을 축소시킨다. 인접 국가인 중국은 반발할 수밖에 없고 한국은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런 이야기도 한국 측에 전달했다.

-- 한반도 긴장완화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조언할 게 있다면.

▲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 등이 만든 신동방정책이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실용주의적이기 때문이다. 해결 가능한 게 무엇인지 제시하고 해결하는 게 신동방정책의 강점이었다. 문제를 제기할 때 해결 가능한 쉬운 문제부터 제시하는 게 훌륭한 정치다. 문제를 꼬아놓고 갈등만 심화시키는 것을 피해야 한다.

-- 북한의 인권문제는 남북관계에서 딜레마였고, 남남 갈등의 원인이 됐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다시 불거질 듯한데, 동·서독도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나. 이런 문제를 직면했던 동독의 전 총리로서 조언해준다면.

▲ 인권침해 문제는 상호접근이 중요하다. 실제로 문제가 있는 국가의 동의를 구해 실질적으로 개선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 되고, 남북한 화해와 접근 과정에서 해결해나가야 한다. 인권문제는 이 문제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지, 국가 간의 상호 불신을 증대시키는 수사로 사용해선 안 된다.

-- 대연정 협상 과정에서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 등 거대 정당의 퇴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독일의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은 사민당 턱밑까지 와있는 등 극우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독일 국민은 더 살기 좋고, 사회보장이 잘 되고, 평등에 대한 기대가 더 잘 충족되는 사회를 원하고 있는데, 기존 정치권은 이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기성 정치권의 약속이 공염불이 되면서 일반 유권자와 정치권 사이에 유리현상이 발생했다. 대연정 자체도 아이러니다. 지지율 30% 이상의 국민정당들이 점점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두 정당이 대연정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지금 대연정 협상 이후에도 장관직을 누가 맞느냐는 이야기만 부각되고, 국민이 어떻게 더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부각되지 않는다. 기성 정당은 일반 국민의 심정을 고찰하지 않고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AfD는 이런 점을 잘 파고들었다. 기존 정당이 해야 할 일을 AfD가 잘하고 있는 것이다. 기성정당 내에서 정당 민주주의가 이전만큼 활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사민당의 경우 마르틴 슐츠에게서 안드레아 날레스에게로 대표직이 넘어가는 과정 자체에서도 당내 민주주의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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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모드로프 전 동독 총리 [베를린=연합뉴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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