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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신기루vs혁명…가상통화의 미래를 바라보는 냉정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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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⑤-3 전문가가 쉽게 풀어주는 블록체인 기술 : 우리의 미래는?(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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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의 미래는 '떡상'일까? 혁신일까?/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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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청와대가 '가상통화 규제' 관련 국민청원에 대한 답을 내놨어.

"각종 불법행위나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적극적으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달부터 해오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아무튼 청와대의 입장은 별다른 변화가 없지만 시장 상황은 급변했어. '가즈아~'를 외치며 쌈짓돈을 꺼내고 적금을 깼던 많은 사람들이 '강제 존버' 혹은 '포기'를 선언했지. '김프'도 쏘옥 빠져서 강제 다이어트. 다행히 이번 청와대의 답변을 보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강제 폐쇄 등의 충격적 조치도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야.

가상통화 시장은 2라운드에 돌입했어. '투자'냐 '투기'냐를 논할 때가 아니라 이제 미래를 말할 때가 된 거지. 장밋빛 미래를 말하면 투기! 가상통화가 사기라고 말하면 규제! 이런 이분법적 단계는 지났다는 거야.

그럼 차분히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를 논해볼까. 아직 어린아이의 첫 걸음 정도를 뗀 블록체인 시장이 어른이 됐을 때 어떤 모습이 될 건지 그리고 '가즈아~'를 외쳤던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꿈을 꾸고 있었는지 말이야.



◇가치의 플랫폼 '비트코인'

1편부터 차근차근 따라온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거야. 가상통화가 단지 '화폐'를 대체하는 역할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거. 각 코인들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태어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도 각기 달라. 가상통화라는 뭉뚱그린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사실은 각 코인이 '이걸 해결하겠어'라고 뛰어든 분야가 다르다는 말씀.

일단 1세대 코인으로 분류되는 비트코인은 만든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할아버지 코인이야. 블록체인 기술이 거래내역을 모조리 복사해서 붙여넣기 한다고 했잖아? 그 거래내역을 1개의 '블록'에 담아서 밑으로 체인처럼 이어나간다고 해서 '블록체인'인데, 그 1개의 블록 크기가 1mb(메가바이트)밖에 되지 않지.

처음에 비트코인이 설계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거래가 일어날 줄은 몰랐거든. 컴퓨터 사용할 때 문서파일(txt) 만들어봤잖아? 문서로 1mb 채우려면 얼마나 글씨를 많이 써야 한다구. 그러니 1mb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림없는 소리가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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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그래서 송금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송금 수수료도 다른 코인에 비해 엄청 비싸. 그런데도 비트코인이 가장 비싼 이유는 뭐냐고?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 암호화폐 시장에서 달러나 원화 같은 지위를 갖고 있어. 몇몇 거래 사이트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사거나 팔 수도 있지. 그리고 새로운 코인이 생겼을 때 돈을 모집할 때도 달러로 받는게 아니라 보통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받아.

원화나 달러로 거래되지 않고 비트코인으로만 사고 팔수 있는 코인들은 비트코인의 가격 등락에 영향을 많이 받아. 비트코인 값어치가 오르면 그 코인도 오르고, 비트코인이 폭락하면 똑같이 폭락하지. 얼마전 가상통화 가격이 전체적으로 폭락했을 때 모두들 비트코인 가격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도 '대장'으로서의 비트코인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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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대장하면 '하현우' 가상통화 대장하면 비트코인/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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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성'의 코인, 그리고 각자의 목적들

이영환 차의과대학교 교수는 가상통화가 정말 '화폐'처럼 쓰이게 되려면 몇 가지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익명성'이라고 설명했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는 첫 거래부터 지금까지 송금내역이 전부 투명하게 노출된다고 했지?

'한국에 사는 홍길동씨가 미국의 트럼프에게 돈을 보냈다' 이런식으로 기록이 남지는 않지만 'adfasdf2349347'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비트코인을 보냈고 얼마나 갖고 있는지는 알수 있단 말이지. 저 아이디의 주인이 홍길동이다! 라는게 밝혀지고 난다면? ㅎㄷㄷ….

근데 현실 세계에서 각자의 재산 내역과 돈을 쓴 장소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어디 무서워서 돈 벌고 돈 쓸 수 있겠어? 그래서 가상통화 세계에서도 '익명성'은 중요한 필수요소 중 하나로 꼽혀.

모네로나 대시, 제트캐시 같은 코인은 '익명성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야. 익명성을 강조한 코인은 거래내역을 열어봐도 알 수 없게끔 거래를 조각조각 자르고 섞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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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이 쓴 돈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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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유재석이 노홍철에게 3만원을 보냈어. 박명수는 정준하에게 2만원을 보내. '유재석→노홍철' 거래만 떼놓고 보면 과정이 어떠했든 결과적으로 유재석의 지갑에서 3만원이 나가고, 노홍철의 지갑엔 3만원이 들어가면 되잖아? 누구한테서 그 돈이 나가든, 누가 받든 상관없이 말이야.

자, 지금부터 '유재석→노홍철' '박명수→정준하' 두 거래를 섞어버리자. 유재석의 지갑에서 나간 3만원을 2만원, 1만원으로 쪼개. 그 중 1만원은 노홍철에게 보내고 2만원은 정준하에게 보내. 그런 다음 박명수의 지갑에서 인출된 2만원을 노홍철에게 주는 거야. 과정은 복잡하지만 쪼개고 섞고 주고받고 한 결과 유재석 -3만원, 노홍철 +3만원, 박명수 -2만원, 정준하 +2만원이 됐어. 거래 완료!

이렇게 섞고 쪼개서 노홍철이 받은 3만원이 누구의 지갑에서 나온 건지, 어떤 거래가 일어났는지 모르게끔 만드는 거지. 심지어 익명성을 위해 아예 지갑 주소 자체를 일회용으로 발행하는 경우도 있어.

리플은 해외 송금 서비스를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암호화폐, 아이오타는 사물인터넷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플랫폼인데 이런 식으로 각 가상통화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어. 그래서 서로가 다른 미래를 꿈꾸고 있지.



◇'화폐' 아닌 플랫폼 노리는 DAPP

가치의 플랫폼인 비트코인, 그리고 '익명성'을 강조한 코인. 크게 2가지 분야를 살펴봤지? 이제 설명할 녀석은 코인의 3가지 축 중 마지막을 담당하고 있는 카테고리야. 우리 미래를 가장 확실하고 체감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 기대되는 분야지.

바로 2세대 코인이라 불리는 이더리움인데, 이더리움은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 분산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하는 일종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앱 스토어 기능을 갖고 있어. 단지 '화폐'의 기능을 하는게 아니라 앱 생태계를 만드는 일종의 플랫폼 기능을 하겠다는 거지.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더리움에는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기능이 들어가 있는데 일종의 계약서 기능이야.

예를 들어 런닝맨에서 전소민이 '벌칙 지목권'을 넘기는 조건으로 이광수에게 이더리움의 코인 이더 1개를 받기로 했다고 치자.

그런데 이광수가 벌칙 지목권을 받자마자 배신을 때린거야. "미안, 이더 보내주기로 한 건 취소야"라고 말하고 도망간거지. 각서라도 써놓지 않았다면 전소민이 정말 1이더를 받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받을 수 있어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일종의 계약서 기능을 이용해서 내기를 하면 벌칙 지목권을 전소민이 이광수에게 넘기는 순간, 이광수한테 있던 이더 1개가 전소민에게 보내지는 거야. 따로 종이로 된 각서나 계약서를 쓸 필요가 없는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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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꽝수의 얌생이짓은 불가능하다. /사진=SBS '런닝맨'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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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을 이용하면 보험사가 아니라도 유사 보험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차용증을 쓰지 않고도 돈을 빌려줄 수 있겠지? 물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겠지만.

이 기능을 이용해서 많은 서비스가 나올거야. 그게 DAPP에 탑재되는 거지. 이미 보험, 카지노, 블로그, 게임 서비스 등이 나왔고 이밖에도 의료, 계모임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있지.

보험과 카지노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테고, 블로그의 예를 들어볼까? 지금은 파워블로거에게 직접적인 돈을 줄 수가 없잖아. 그런데 싸이월드 시절 도토리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암호화폐라고 해보자. 내가 좋아하는 파워 블로거에게 도토리를 보내. 예전 같으면 도토리를 받아서 할게 음악사고 스킨 꾸미는 것 밖에는 없었잖아.

근데 가상통화로 받은 도토리는 지금 비트코인처럼 팔 수도 있고, 같은 DAPP 속에 있는 다른 서비스의 사이버 머니로도 쓸 수 있어. 그러면 그 도토리를 벌려고 다들 열심히 블로그를 쓰겠지? 그럼 운영 업체에서도 좋고, 글 쓰는 사람도 좋고, 보는 사람도 양질의 정보가 많아서 좋아지겠지.

이더리움 뿐 아니라 퀀텀(Qtum), 이오스(EOS), 테조스(Tezos) 같은 코인들이 DAPP 시장을 대표하기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어. 이들 후발주자들은 "이더리움은 완벽하지 않다. 우리가 훨씬 더 발전 된 플랫폼"이라면서 이더리움 킬러를 자처하고 있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과 같은 암호화페 가격의 폭등과 폭락은 DAPP의 안정화에 도움이 안돼. 생각해봐. 내가 도토리를 받았을 때 이건 대충 얼마짜리다라는 계산이 있어야 이걸로 다른 것도 사고 할거 아냐. 근데 도토리를 받을 때는 가치가 2만원짜리였는데 한 달 후에 다른 걸 사려니까 1000원으로 급락했어. 그러면 시장이 혼란스러워서 도토리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꺼리겠지.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23·Vitalik Buterin)이 괜히 "현재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문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 판을 뜰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 암호화폐 시장을 투기로만 생각하는 여러분, 기대해.



◇냉정한 판단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가 꿈꾸는 미래를 잠시 들여다봤니? 자!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몇 년 전에 스마트폰 혁신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생겨났다가 없어진 줄 아니? 카카오, 페이스북 등이 새롭게 생겨나서 그곳에 투자한 사람들은 '대박' 수익을 얻었지만 없어진 많은 회사에 투자했다가 손해 본 사람들도 있다고.

그많던 회사 중에 정말 대박이 난 곳은 몇 군데 안 된다는 거지. 그런데 이미 나와있는 암호화폐만 해도 1000개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야. 게다가 단지 암호화폐만을 만드는 기술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지금도 계속적으로 새로운 암호화폐가 생겨나고 있어. 이중 미래에 실질적으로 살아남을 암호화폐는 몇 종이나 될까?

그러니 암호화폐에 투자할 때는 내가 투자하려는 코인이 대체 어떤 목표를 갖고 만들어진 코인인지 조금이라도 알아보고 투자하자. 주식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잖아. 적어도 그 회사가 어떤 회사고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정도는 좀 알아보고…. 무작정 징징대지 말기.

그리고 암호화폐를 만들어서 초기 투자자를 모집할 때는 '기부'라는 말을 보통 쓴다는 거 아니? '투자'라는 말을 쓰기에는 아직 너무나 불투명하고 위험한 시장이라는 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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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를 조심해/삽화=임종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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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위험성도 있어. ICO(가상화폐공개)라고 해서 주식 IPO(기업공개)처럼 시중에 뿌릴 암호화폐를 처음에 판매하잖아. 그 돈은 현금으로 받지 않아. 보통 비트코인 아니면 이더리움으로 받게 돼.

내가 DAPP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 '올림픽' 코인을 만들었다고 치자. ICO로 100억원을 모으기로 했어. 이걸 이더리움으로 받는거지. 이더 1개를 주면 올림픽 코인 10개를 주기로 했다고 치자. 그러면 올림픽 코인을 만든 나는 100억원에 달하는 이더를 받게 되고 올림픽 코인을 산 너희들은 올림픽 코인 약 10만개를 나눠 갖겠지.

근데 당장 올림픽 코인 쓸데가 있니? 없지. 거래소에서 서로 거래하고 주고 받는 것 외에는 없어. 이게 정말 가치가 있으려면 올림픽 코인이 정말 어떤 기술에 실질적으로 사용되거나 구글 플레이 같은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내가 건전한 올림픽 코인 창업자라면 1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이더로 올림픽 코인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개발할 사람들을 모으고 지원해주겠지. 올림픽 코인으로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지게끔 말야. 그런데 내가 나쁜 창업자라면? 100억원 꿀꺽.

자. 그렇다면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투자는 뭐다? 어찌보면 제2의 구글, 애플을 노리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한 거라고 볼 수도 있어. 그들이 성공하기 전까지는? 응. 불안한 그 마음 인정하자.

이제 알았지? 폭 넓게 바라보고, 정확히 판단하고 존버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잘못 된 판단으로 인한 투자는 물거품만 남을 수도 있다는 거. 제대로! 알아보고!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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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좀 하고 가즈아~/사진=인터넷 커뮤니티



홍재의 기자 hjae@mt.co.kr, 김현아 기자 jvdith@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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