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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美 록히드마틴의 역대급 실적 뒤엔 미 외교 ‘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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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마틴 2017년 매출 510억 달러

그 중 미 정부 매출이 352억 달러 차지

국무부 예산은 감축… ‘외교 공백’ 우려
한국일보

록히드 마틴사의 페트리어트 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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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지난 한해 기록한 매출액은 510억(55조800만원) 달러로 역대 최고 수준의 판매 실적을 거뒀다. 2016년 472억 달러를 크게 웃돈 것이다.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와 한반도 긴장 고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 미사일 방어망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록히드 마틴의 매출액 중 미국 정부에 판매한 액수는 352억 달러에 이른다. 록히드마틴 다음으로 미 정부 판매 실적이 높은 곳은 또 다른 방위산업체 보잉으로 265억 달러다. 상위 5개 기업 모두 방위산업체로서 이들 기업의 미 정부 매출 합계는 1,100억 달러다. 나머지 30개 기업의 판매 실적을 합친 것보다 많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의회에 제출한 2019년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방 예산이 전년 대비 13% 늘어난 6,869억 달러로 편성돼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방위산업체의 매출 실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국방 예산 증가에 따른 미 방위산업체의 호황 뒤에는 미 외교 예산의 감축이 자리잡고 있다. 2019년 예산안에서 미 국무부와 미 국제개발기구(USAID) 예산은 393억 달러 편성됐다. 2018년도 예산안과 엇비슷한 수준인데 트럼프 정부 전인 2017년도 531억 달러에 비해선 대폭 감소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록히드마틴이란 한 기업체에 무기 구입으로 지출한 금액이 미국 외교 예산과 비슷한 규모인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한해 예산 감축에 따른 구조 조정을 단행하면서 주요 직위를 통폐합하고 외교 인력을 축소해왔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반발 뿐만 베테랑 외교관들의 사직으로 ‘외교 공백’ 우려를 낳고 있다. 주한 미 대사를 비롯해 대사 자리가 공석인 곳도 많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지만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북한 인권 특사 자리를 폐지했던 터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013년 해병대 재직 시절 의회 청문회에서 “여러분들이 국무부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지 않으면, 우리는 더 많은 무기를 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교 예산을 깎으면 더 많은 국방비가 소요 된다는 얘기였다. 트럼프 정부가 그 길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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