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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세계 최정상' 윤성빈을 만든 '8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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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여의고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일찍 철든 아이'…'피나는 노력'과 '무서운 집념'이 만든 금메달]

머니투데이

스켈레톤 금메달을 획득한 윤성빈(가운데)이 16일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4차 주행을 마친 뒤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평창=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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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설상 종목 역사상 첫 메달. 그것도 금메달이다.

한국 동계스포츠의 새 역사를 쓴 윤성빈은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5년 5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천재'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 뒤에는 피나는 노력과 최고를 향한 집념이 있었다.

16일 오전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스켈레톤 4차 주행에서 윤성빈(24)이 50초02를 기록, 최종합계 3분20초55로 1위를 차지하며 한국에 설상 종목 첫 금메달을 안겼다.

총 4번의 주행 동안 윤성빈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15일 2차 주행에서 세운 자신의 트랙 레코드 50.07초를 4차 주행에서 다시 갈아치웠다. 라이벌로 여겨졌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 라트비아)는 4위로 처졌다. 윤성빈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달리는 썰매 위에서 엎드린 상태에서도 두 손을 들며 환호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와 국민을 향해 '금빛 세배'를 했다.

윤성빈의 아버지는 배구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는 탁구 선수다. '천재 DNA'를 물려받은 셈이다. 그러나 가정형편은 어려웠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어머니와 떨어져 경남 남해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살기도 했다. 윤성빈의 외할머니가 그를 "참 말 잘 듣는 손자"로 기억할 정도로 일찍 철이 든 아이였다.

윤성빈은 부모에게 받은 '타고난 천재성'으로 단기간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178cm의 키인 윤성빈은 점프로 농구 골대를 잡을 정도로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스켈레톤 입문 3개월 만인 2012년 9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윤성빈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학생 형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2017년 11월 캐나다에서 열린 월드컵 2차·3차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일궈낸 윤성빈은 두쿠르스를 제치고 세계 랭킹 단독 1위에 올랐다.

시련도 있었다. 윤성빈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 가기 전 썰매를 타는 게 너무 무섭다고 포기하고 관둘 결심도 했다. 윤성빈 어머니도 "아들이 초창기 운동을 할 때 트랙에 부딪히고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스켈레톤을 관뒀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을 향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 27명 중 16위를 했던 윤성빈은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싶어서 분통이 터졌다"며 "내 자신에 실망했고 끊임없이 다그쳤고 지금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5일 스위스에서 열린 2015-2016 7차 월드컵 대회에선 생애 첫 우승을 했다. 약 10년간 정상의 자리에 있던 두쿠르스를 2위로 밀어내고 입문 3년 8개월의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이다.

세계 최강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윤성빈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를 불참하고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380회에 걸쳐 트랙 적응 훈련을 했다.

윤성빈은 "준비를 완벽하게 했기에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는 전 세계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안다"며 "올림픽 때 왜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보여 주겠다"고 했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2017-2018 시즌이 되면서는 두쿠르스와 격차를 더욱 벌렸다. 윤성빈은 "이제 두쿠르스는 죽어도 나한테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성빈의 당돌하고 자신감 넘치는 언행은 허언이 아니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무서운 집념과 피나는 노력이 그 바탕에 있었다. 그리고 윤성빈은 평창에서 동계스포츠의 새 역사를 쓰며 이를 증명했다.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윤성빈은 "스켈레톤 종목은 이제 끝이 아닌 정말 시작"이라며 "최종적으로 너무 만족스럽게 나와 홈이 아닌 어느 트랙에 가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방금 올림픽 금메달을 땄으면서도 윤성빈은 자만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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