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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배우 이주화의 유럽스케치(54)]크로아티아의 닭 전문점 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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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럽 여행을 하며 소고기, 돼지고기는 많이 먹었다. 마트에서 재료를 구입해 다양하게 조리해 먹었다. 닭고기는 사지 않았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에 머물 때, 숙소 근처의 독일계 대형마트 리들(LiDL)에서 남편이 닭고기를 들었다가 놓는다. “닭고기 먹고 싶어요?”“아뇨, 괜찮아요”우리는 그날 딸아이가 먹고 싶어 한 돼지고기를 샀다.

그러나 남편이 말하지 않아도 나는 느꼈다. 다음날 다시 그 마트에 가서 손질 된 닭을 구입했다. 남편이 매콤한 걸 먹고 싶다고 해서 닭볶음탕 만들기에 도전! 사실 닭볶음탕을 하는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곳이 온갖 양념이 있는 서울의 집이었다면 그렇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의 콘도형 숙소라면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엄마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팔을 걷어붙이게 된다. 먼저 기름과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물을 끓여 닭을 넣었다. 그리고 된장, 카레가루, 대파를 넣어 함께 끓인다. 그 사이에 쌀을 씻어 밥을 한다. 닭이 한번 끓고 나면 꺼내 찬물에 헹군다. 그래야 살이 쫀득해진다. 닭 껍질도 잘 벗겨진다. 그리고 야채를 손질한다. 마늘을 까고 당근과 대파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양파는 눈물 없이 손질할 수 없다. 이어 껍질을 벗긴 닭을 올리브기름에 파와 함께 살짝 볶는다.

닭볶음의 핵심은 양념이다. 바로 오늘의 도전과제이기도 하다. 고추장은 부족하고 고춧가루는 없다. 냄비에 기존에 쓰고 조금 남은 인스턴트 낙지볶음, 닭갈비 양념을 넣어 닭과 볶기 시작한다. 고춧가루 뿐 아니라 다진 마늘과 감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다. 당근, 양파, 파를 넣는다.

그러나 양념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단 맛은 꼭 필요하다. 설탕과 올리고당 같은 재료가 없어 냉장고에 있는 사과를 잘라 넣었다. 마지막으로 고추장과 마늘, 참기름을 넣는다. 닭은 이미 익은 상태기 때문에, 맛이 배일 정도로 짧게 볶는다. 생각보다 꽤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크로아티아에서 닭볶음탕 완성. 기진맥진이다. 그런데 너무 잘 먹는다.

“엄마, 최고예요. 엄마, 너무 맛있어요”
“여보, 맛있어요. 또 해줘요”

남편과 딸아이가 닭볶음탕을 싹싹 비우고 밥도 두 공기씩 먹는 모습에 힘들었던 생각이 사라진다. 가족에게 먹고 싶다던 닭볶음탕을 해 줄 수 있어 행복하다. 다음날 나는 또 닭요리를 했다. 다들 또 먹고 싶다고 해서. 아무래도 크로아티아에 닭 요리집을 열어야 할 거 같다. 이번에는 고추장 볶음이 아닌 간장을 베이스로 닭볶음탕을 만든다. 전날처럼 닭을 끊는 물에 데쳤다. 된장이 떨어져 쌈장을 대파, 카레 가루과 함께 넣어 잡내와 기름기를 제거했다.

남편과 딸아이가 오늘은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남편이 양파를 까며 눈물을 흘리고 딸아이는 대파를 가위로 자른다. 전날보다 훨씬 수월하다. 나는 국물을 자박자박하게 만들고 야채를 얇게 썰었다. 밥과 국물을 함께 비벼먹을 수 있게끔. 그런데 당근을 썰다 그만 엄지손가락을 다치고 말았다. 피가 많이 났다. 걱정하는 남편과 딸아이를 향해 다친 엄지손가락을 힘껏 치켜세웠다.

“역시, 닭요리는 엄마가 최고죠.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스포츠서울

배우 이주화는 지난 1년간 잠시 무대를 떠나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지를 여행했다. 추억의 잔고를 가득채워 돌아온 뒤 최근 <인생통장 여행으로 채우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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