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사설] 아시아 빙속 새 역사 쓴 김민석, 한국인의 도전은 계속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는 "700m 구간을 돌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힘을 냈고 1500m 결승선을 1분44초93으로 통과했다. 1등과 0.92초, 2등과는 불과 0.07초 차이였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종목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목에 건 김민석의 쾌거는 평창올림픽에서 건진 또 하나의 인간 승리였다. 엄청난 순발력과 지구력이 함께 요구되는 이 종목은 서구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다. 이번에 그 판을 뒤흔든 이 19세 '빙속 괴물'은 그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며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강한 체력 훈련을 소화하느라 허벅지 근육이 세 번이나 파열되기도 했다. 종목 교체 때는 체중을 7㎏이나 감량했다 다시 4㎏을 늘리기도 했다.

한국인으로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한계에 겁 없이 도전해 끝내 뛰어넘은 젊은이들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첫 금메달을 안겨준 임효준은 일곱 차례나 수술을 하며 악전고투를 거듭한 끝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 지난달에는 서구인의 철옹성이었던 남자 테니스에서 세계랭킹 58위였던 정현이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4강에 올라 신나는 돌풍을 일으켰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피겨 여왕으로 등극한 김연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동양인에게는 불모지였던 남자 수영 자유형에서 금메달을 딴 박태환도 한국 스포츠의 새 장을 열었다.

이들의 인간 승리가 아름다운 건 모두가 큰 꿈을 가지고 불가능에 도전했고 끝내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예외 없이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그리고 시련이 클수록 더 강해졌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우리에게 불모지로 남아 있던 비인기 종목에서 꿈을 잃지 않고 도전하는 젊은이도 많다. 그들은 숱한 좌절을 겪겠지만 불굴의 용기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 우리는 평창에서 젊은이들의 값진 땀과 눈물을 새삼 발견하게 된다. 그들에게 'N포 세대'라고 안쓰러워하는 건 가당찮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활짝 웃는 젊은이들을 보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하다. 그들의 놀라운 열정과 투혼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