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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에 여행 취소시 수수료 얼마나 떼야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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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연휴에 대만 여행을 가려고 항공편과 호텔 예약까지 일찌감치 해둔 김모씨(52·경북 포항)는 며칠 전 다소 언짢은 얘길 들었다. 대만 화롄 일대에 대규모 지진이 나자 불안해 여행을 취소했다. 그런데 현지 호텔 숙박비는 절반만 돌려준다고 했다. 대한항공도 가족 4명의 항공료 중 수수료를 35만원 떼겠다고 했다. 김씨는 “단지 우리가 가기 싫다고 변심해서도 아니고 지진 탓에 불안해 못 가는데 수수료까지 떼는 건 너무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런 천재지변에는 일단 전액을 돌려받고, 다음에 지진이 잦아지고 다시 나가면 서로 좋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김씨의 희망사항일 뿐, 현실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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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 화롄에 리히터 규모 6.5 강진이 발생해 5명이 숨지고 여진이 이어지자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괌에도 6.0 지진이 일어났고 몰디브는 정치적 불안정까지 와서 여행계획을 접는 이들이 많다. 하나투어 담당자는 14일 “2~3월 예약자 중 1000명 넘게 화롄 관련 여행상품 취소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천재지변 등에 따른 여행상품 취소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해묵은 주제다. 일부 주요 여행사는 위험지역 여행상품에 한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줬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대다수다. 특히 김씨처럼 개별 여행을 하는 경우 현지 숙박비나 항공편에 취소 수수료를 물게 된다. 이 때문에 개별 여행은 숙박비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취소 수수료가 없는 상품을 사는 이들도 많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는 출발 날짜별로 화롄을 포함하는 여행상품에 한해서 취소 수수료를 떼지 않고 전액 돌려주기도 했다.

노랑풍선의 경우 오는 17일까지 출발하는 화롄 포함 여행상품에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참좋은여행은 지난 12일까지 출발한 화롄 지역을 포함한 대만여행 취소시 전액 환불했다. 온라인투어는 17일까지 출발하는 모든 대만 패키지 상품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전액 환불키로 했다. 일부 여행사는 화롄을 제외하는 다른 관광지로 바꿔준다. 그러나 다수 여행사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취소하기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대만 지진을 계기로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 항공, 여행 취소시 위약금을 어떻게, 얼마나 부과할지 혼란과 논란이 적잖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보면 여행 시작 20일 전에 계약을 해지하면 위약금 10%를 내야 한다. 여행사별로 자체 약관을 통해 출발 30일전, 20일전, 10일전 등으로 나눠 기준을 정하기도 한다.

문제는 천재지변처럼 여행 자체가 위험해서 불가피하게 취소해야 하는 경우다. 원칙상 지진, 태풍 등으로 여행이 불가한 때는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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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에선 직접 재난지역이 아닌 인근 지역인 경우가 많아 혼선이 생긴다. 위 사례만 봐도, 직접 여행지는 타이베이 쪽이어서 지진이 대규모로 난 화롄이 아니기 때문에 취소시 수수료를 물게 된다. 그러나 김씨는 “화란은 아니지만 타이베이에도 진동이 느껴져 위험을 느끼고, 현지 소식을 보면 조만간 더 큰 지진이나 여진이 올 수 있다고 해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즉 타이베이에도 위험이 있고, 실제로 타이베이는 과거 7.0이 넘는 강진이 온 곳이기 때문에 여행 취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소비자 인식이다. 여행 취소가 ‘단순 변심’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위험이 있긴 하지만 현재 일어난 것은 아니고 향후 가능성이기 때문에 결국 여행을 갈지 말지는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어서 무조건 위약금은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항공사는 대개 취소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항공편은 화롄으로 직접 취항하지 않고 타이베이로 가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 담당자는 “항공사는 여행의 목적이나 목적지 상황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항공기나 공항에 문제 없이 운행만 가능하면 위약금을 받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나투어 측은 “여행사들이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준 것도 따지고보면 항공 위약금을 대신 부담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항공사의 경우는 직접 공항 활주로가 폐쇄돼 비행기가 못 뜨지 않는 한 취소시 위약금을 받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도 크다. 즉 항공편으로만 보면 화롄이 아닌 타이베이 공항은 비행기가 이·착륙 가능하지만 타이베이로 가는 이유가 화롄을 가기 위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적어도 화롄행 상품이라면 항공료에도 취소 수수료를 물어낼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실재 해당 지역에 현재 지진, 화산, 태풍, 폭설 같은 천재지변이 당장 일어나지는 않았으나 위험이 커졌거나, 테러 위협이 높아진 경우 어디까지 위약금을 물지 않고 취소가 가능한 범위인지에 대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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