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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도 등돌린 남아공 주마 대통령… 사퇴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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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76)의 불명예 퇴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집권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13일(현지시간) 주마 대통령의 사임을 공식 요구하면서다. 재임 기간 총 8번의 탄핵 위기를 넘긴 주마 대통령이지만, 9번째 위기를 넘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ANC 당 지도부는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주마 대통령을 소환하고 사임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주마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할 경우, 의회에 불신임 투표를 부쳐 해임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사퇴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14일에는 주마 대통령의 공식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뉴스24 등 현지매체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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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 대통령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사임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NC 당 지도부와 회담을 갖고 향후 거취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3~6개월 정도 퇴임 시점을 미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당 지도부는 주마의 이같은 제안을 거절했다.

주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부터 각종 부패 의혹에 시달려왔다. 사저를 개·보수하는 데 국고 수백만달러를 쏟아붓고, 인도 출신의 굽타 가문과 유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하야 요구가 빗발쳤다. 취임 전인 2005년에는 친구의 딸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현재 재판 중인 혐의만 783건에 달한다.

그럼에도 주마 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계속 연장됐다. 재임기간 총 8번의 의회 불신임 투표에서 모두 살아남아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집권당 ANC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마 대통령은 ANC의 당대표 직을 겸하고 있었다. 남아공은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 국가로, 다수당만 침묵하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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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지난해 12월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이 ANC 신임 당대표로 당선되면서 달라졌다. ‘반주마’ ‘반부패’ 슬로건을 내건 그는 주마 대통령의 전 부인이었던 은코사자나 들라미니 주마를 꺾고 집권에 성공한다.

라마포사 당선 이후 주마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 라마포사 대표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석방 기념일인 지난 11일 “나라가 분열과 불화에 직면해있다”며 주마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주마 대통령이 전임 타보 음베키 대통령을 사퇴시킨 것과 같은 양상이다.

ANC가 주마 대통령에 등을 돌린 배경에는 추락하는 당 지지율도 작용했다. ANC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1994년 선거 이후로 줄곧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음베키 대통령에 이어 주마 대통령까지 부패 의혹에 휘말리면서 국민들의 신임을 잃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54.5%의 득표율을 기록해 1994년 집권 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졌다.

의회는 오는 22일 주마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 투표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주마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할 경우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ANC가 불신임 당론을 정하면, 주마 대통령이 임기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공식 임기는 2019년 5월까지다.

주마 대통령은 남아공의 국민 영웅 만델라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운동에 투신해 10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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