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3305527 0022018021443305527 02 0107001 5.18.7-RELEASE 2 중앙일보 0

[평창Talk]중국 네티즌도 가세한 '올림픽 댓글전쟁'

글자크기
최민정이 1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경기에서 실격하면서, 동메달은 4위였던 캐나다의 킴 부탱이 차지했는데요. 그 직후 부탱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는 '댓글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최민정은 비디오 판독 결과 부탱에게 '임페딩(밀기 반칙)'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됐죠. 한국 네티즌은 "부탱이 최민정을 밀었는데 최민정만 실격당했다"며 부탱의 인스타그램에서 한글과 영어로 욕설 댓글을 쏟아부었습니다. 부탱은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고요.

중앙일보

킴 부탱의 SNS계정에 한국인들이 단 댓글. [부탱 인스타그램]




올림픽 기간 댓글전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임효준이 금메달을 땄던 지난 10일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네덜란드 싱키 크네흐트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요. 시상식 때 크네흐트의 손가락이 임효준을 향한 욕설로 보인 것이 문제가 된 겁니다. 손짓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우연히 나온 모습 같다고 본 이들도 있었지만, 일부는 의도된 행동이라며 크네흐트의 SNS에 분노의 댓글을 줄줄이 달았습니다.

외국에서 온 기자나 관계자들은 평소에는 친절한 한국인들이 왜 이렇게 개인 SNS 계정에 도 넘은 비난을 쏟아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미국에서 온 한 기자는 "한국인들이 자기 생각과 다른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SNS에 의사 표현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맞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한국 네티즌에 국한되는 건 아닙니다. 중국 네티즌도 올림픽 댓글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지난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과 남자 1000m 예선에서는 중국 선수 4명이 실격처리 됐습니다. 예선 6조 한티안위는 결승선을 1위로 통과했지만, 서이라와 부딪쳐 실격처리됐고, 여자 500m 준결승에선 판커신과 취춘유가 실격됐습니다. 이날 출전한 5명 중 4명이 실격당했고, 우다징만 1000m 예선 5조에서 2위로 준결승에 올랐습니다.

중앙일보

중국 선수들이 실격이후 한국선수들이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는 한 기사에 달린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 [포털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화가 난 중국 네티즌은 '한국 남자는 쇼트트랙 1000m 예선에서 모두 통과했다'는 기사에 몰려와, 댓글을 남기고 추천 버튼을 눌러 베스트 댓글을 점령했습니다. 추천 및 공감 1위 댓글 내용은 "극혐이다. 역대급 오심. 오늘도 열일(열심히 일)한 오심이다. 실제로 봐도 믿기 어려울 정도"부터 "2002 월드컵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까지 있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중국인의 이런 댓글이 이해되는 일일까요. 역지사지하면, 동메달을 딴 부탱 내지 캐나다나 네덜란드 국민이 우리 네티즌의 댓글을 어떻게 받아 들을지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선수들은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합니다. 판정은 선수가 아닌 심판의 영역입니다. 선수들은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승복하지 못하면 공식 절차를 거쳐 문제를 제기하게 되죠.

무조건 다 받아들이고 눈감아주자는 건 아닙니다. 네티즌 누구나 동의하지 않는 무언가를 비판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다만, 비판의 화살, 그것도 욕설로 점철된 댓글 화살이 잘못 날아가 선수 개인에게 상처를 주는 상황이라면, 이런 댓글전쟁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응원하는 한국 선수들도 경쟁 선수에 대한 이런 비난을 반기지 않습니다. 2014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에게 밀려 넘어졌던 박승희 선수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크리스티와 올림픽 이후 좋은 관계를 맺었습니다. 착한 친구인데 이번 올림픽에선 너무 비판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강릉=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 (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