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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평창 지도’ 229곳 고친 16살 “답답해서 직접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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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외국인 구글 많이 쓰는데 정보 부실…조직위 손놓고 있길래”

한 달간 수정한 장소만 229곳…철도시설 등은 새롭게 등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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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지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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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한 달 남았는데 구글맵에 경기장, KTX역조차 등록도 안 돼 있고, 이미 등록된 정보들도 개판이어서 하나하나 다 뜯어고침. 올림픽 지역 구글맵에 잘못된 정보 고쳐서 수정본 보내면 구글에서 확인 후 지도에 올라오는데 지금까지 거의 200여건 수정함. 평창, 강릉 지역 안에서만. 외국인들이 제일 많이 사용하는 지도가 구글맵인데 장소 리뷰에 영어 댓글 달리는 거 보면 나름 보람있음ㅇㅇ. 조직위가 안 하는데 나라도 해야지.”

12일 저녁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 하나가 인터넷을 달궜다. 평창겨울올림픽 관련 시설 주소를 구글 지도에서 일일이 수정, 등록한 16살 윤아무개군 이야기다.

올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윤군은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구글 지도로 평창 지역을 살펴봤는데 총체적으로 정보가 많이 부실했다. 이미 등록돼있던 정보들도 잘못돼 있는 게 많았다. 외국인들이 한국 왔을 때 걸림돌이 되겠다 싶어서 지도 수정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윤군은 평창겨울올림픽 개막 한 달 전부터 꾸준히 구글 지도를 검토하고, 수정 작업을 했다. 구글 지도는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해 직접 정보를 고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 지도의) ‘로드뷰’를 보고, 길을 찾고, 지도를 보는 걸 엄청 좋아했다”는 윤군이 구글 지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겨울 국외여행을 다녀오면서다.

“국외에서 구글 지도를 사용하니까 정말 편리하더라고요. 다녀와서 눈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다른 국내 포털사이트의 지도 영문판도 출시가 됐고, ‘고 평창’(Go PyeongChang) 애플리케이션도 있지만 외국인들은 사실 구글 지도를 가장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들여다봤어요. 개인적으로 올림픽을 좋아해서 더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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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군이 ‘구글 지도’에서 평창 겨울올림픽과 관련해 직접 추가하거나 수정한 내역.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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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군이 1달여간 수정한 장소만 229개다. 6개는 새로 추가했다. 그는 “사실 올림픽 개막이 1주일 정도 남았을 때는 구글 쪽에서 알아서 정비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손을 놓은 모습이었다”며 “답답한 마음에 (직접) 했다”고 말했다. 하다 보니 경기장 등 선수들이 사용하는 시설, 철도역 같은 교통시설, 식당과 숙소 등 장소별로 나름의 노하우도 쌓였다.

“사실 올림픽 경기장 같은 시설은 지도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최초로 등록해 구글로부터 승인을 받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다만 (강릉역 같은) 철도시설은 등록할 때 ‘교통시설’에 해당하는 카테고리가 없어서 승인받기가 어려웠어요. ‘철도 서비스’로 등록해 야했죠. 또 주소가 잘못된 줄도 모르고 리뷰나 사진이 올라온 장소는 이미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있어 수정 제안을 한 번 한 거로는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 그럴 땐 계정 여러 개를 활용해서 해당 수정사항이 반영되도록 했어요. 강릉 지역까지는 범위가 너무 넓어서 손을 많이 못 댔는데, 평창 안에선 관광객들이 가기 좋은 식당이나 숙박시설도 검색해본 뒤 주소를 확인하고, 틀렸으면 수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음식을 파는 곳이면 ‘한식당’이라고 카테고리를 지정하기도 했어요. 외국인들이 어떤 음식을 파는 식당인지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까요.”

윤군의 작업이 알려지자 호평이 쏟아졌다. 그는 “사실 예상도 못 했는데 다들 칭찬해주시니까 정말 기쁘다. 가족들은 ‘대견하다’면서도 ‘시간이 (그렇게) 남아돌았냐’고도 하신다”며 웃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도 보면서 건물을 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 지금까지도 꿈은 건축가”라며 “이런 작업이 장래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구글 지도 수정 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많은 칭찬과 응원을 해주신 디시인사이드 회원분들께도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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