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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스 포커스] 첨단 전투복·장비 효과적 결합… 미래전 승리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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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워리어 플랫폼’ 개념 도입/美軍 전투복 가격 한국군의 2배/ 난연·IR기능 포함 신소재 사용/ 국군 방탄헬멧 예산부족 보급 지연/ 주·야간 조준경도 성능 기대이하/ 육군, 장비 성능·품질개선 본격화/“병사자체가 하나의 무기체계 될 것”

지난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미국 대표팀이 선보인 발열(發熱) 파카가 눈길을 끌었다. 세계적 패션 브랜드 ‘랄프 로렌’이 추위로부터 미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방한(防寒) 기술을 적용해 만든 제품이다. 파카에 내장된 배터리와 연결된 버튼을 누르면 착용하는 사람의 등이 닿는 안감에 열기가 전해지도록 고안됐다. 휴대전화 앱과 연결하면 3단계 온도 조절도 가능하다. 배터리를 얇은 전선이나 코일로 연결하는 방식이 아닌 전도성이 뛰어난 탄소섬유와 실버 잉크 소재를 사용해 세탁을 해도 무리가 없다. 겉감은 눈과 비에 강한 방수 소재가 사용됐고,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배터리는 완전충전 시 최대 11시간 지속한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강릉 일대의 올겨울 평균기온은 영하 10도 안팎. 강풍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15∼20도로 떨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들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최적의 유니폼이다. 이러한 첨단의류기술은 스포츠 분야에서는 필수 아이템이다. 국내에서도 관련한 연구가 한창이다.

최근에는 군 전투 피복과 장비에도 첨단화 바람이 일고 있다. 이른바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 개념 도입이다. 워리어 플랫폼은 전투복과 장비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해 병사의 전투 효율을 극대화하는 체계를 말한다. 21세기 병사 맞춤형 전투 장비 설계작업인 셈이다

육군 관계자는 13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의 비전 제시로 지난해 말부터 ‘전투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전사의 플랫폼’이란 인식하에 전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개인 전투장비와 체계의 첨단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육군의 변신은 기존의 병사 전투장비로는 더는 미래전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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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육군 보병에게 지급되는 전투복과 전투장비는 무기체계의 발전 속도에 비하면 상당히 낙후된 것이 사실이다. 전투복과 전투장비 개선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된 뒤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등 무기체계 다변화가 강조되면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미군과 비교하면 국군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미군의 경우 화염 방호용 난연(難燃·Flame Resistant) 기능과 피아식별용 IR(적외선장치) 기능이 포함된 첨단신소재 전투복을 보급 중이다. 작전환경에 따라 다양한 위장패턴을 사용한 전투복도 병사들이 선택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기능적 측면에서 일부 개선이 되긴 했지만 동일한 디자인 및 소재를 사용한 전투복을 일괄 분배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가격에서도 육군 보급용 전투복은 4만4000원인 데 반해 미군은 8만8000원으로 2배다. 특수부대용 전투복은 국군이 6만6000원이지만 미군은 60만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미군은 다양한 기능성 옷들을 갖추었지만 우리 군은 흔한 바람막이용 옷도 없다.

이미 개발된 품목도 예산 부족으로 보급이 미뤄지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2003년식 방탄헬멧을 꼽을 수 있다. 현역 병사 42%가 보유 중인 방탄헬멧의 보급이 완료되려면 2024년에 가서야 가능하다. 품질 개선과 다양화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때 해병대 장병은 위험을 무릅쓰고 대응사격에 나서 북한의 도발을 격퇴했다. 당시 병사들의 방탄헬멧과 전투복은 포격에 따른 화염에 그슬리거나 불타 눌어붙었다. 난연 소재 옷감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후로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군은 지난해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 올해부터 K-9 자주포 승무원들에게 우선 난연 전투복을 지급하기로 했다.

병사들이 전투에서 사용하는 핵심장비인 주·야간 조준경도 성능면에서 기대 이하다. 수동조준에다 야간사격 때는 별도의 야간투시경에 배터리까지 부착해야 한다. 능동 반사 조준경으로 움직이는 목표물을 자동식별하고, 주·야간 별도 장비를 달지 않고 사용하는 이스라엘 등 군사 선진국과는 격차가 있다.

육군 관계자는 “2014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분쟁 때 우크라이나군과 친러시아 반군조차 상당한 수준의 미래형 개인 전투체계를 갖추고 전투에 임했다”며 “우리 군은 아직도 20세기 병사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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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육군은 병사의 전투장비 성능과 품질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임무와 작전환경에 맞게 품목을 다양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미군처럼 개인 선호에 따라 보급품의 선택적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1단계로 2022년까지 14개 전투피복과 12개 전투장구, 9개 전투장비의 성능 및 품질개선 작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이어 2단계로 2025년까지 비용, 중량, 성능, 인체공학, 적합성 등을 고려해 통합형 개인 전투체계를 갖추며, 마지막 3단계로 2026년 이후 일체형 개인 전투체계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육군 관계자는 “일체형 개인 전투체계가 완성되면 지능형 전투복과 일체형 헬멧, 개인화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병사 자체가 하나의 무기체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의 전투장비를 개선한 1단계 워리어 플랫폼 가격이 500만∼600만원 정도라면 일체형 개인 전투체계를 갖추는 데는 병사 1인당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워리어 플랫폼의 완성은 돈과 직결된 문제라는 얘기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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