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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제7박에 리듬 제대로 타세요…게임 `리듬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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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법칙-71] 한때 '댄스 댄스 레볼루션'과 '펌프' 등이 오락실을 휩쓸던, 리듬 게임이 대세이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 리듬게임 분위기는 대세였던 시절을 지나 마니악한 영역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갈수록 높아지는 난도 덕택에 오락실 등 설치형 기기 앞에서 쏟아지는 악보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키 하나도 틀리지 않는 슈퍼 플레이어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주어진 음악에 맞춰 제시되는 타이밍에 정확하게 버튼으로 리듬을 타야 되는 리듬 게임의 기본 구조는 리듬 게임에 익숙해지는 플레이어 실력에 발맞춰 점점 더 고난도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상당히 마니악한 영역의 게임이 됐다. 그러나 모든 게임이 마니아를 위해서만 제작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 등에서는 좀 더 캐주얼한 리듬 게임도 적지 않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굉장히 특이하고 쉬워 보이는 리듬 게임이 하나 있다. 여러 개 버튼을 쏟아지는 악보에 맞춰 누르는 방식도 아니고, 휘황찬란한 움직임을 보이는 터치스크린에서 빠른 비트에 맞춰 터치를 완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리듬 닥터' 룰은 무척 간단한 하나로 정의된다. 주어진 노래의 제7박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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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닥터`는 버튼 하나로 플레이하는 리듬 게임이다. 8비트 음악의 제7박에 맞춰 누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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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박, 사람이 가장 리드미컬해지는 순간

8개의 비트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음악에서 제7박의 의미는 여러모로 예사롭지 않다. 이른바 8비트라고 부르는 4분의 4박자 두 마디의 묶음에서 일곱 번째 박자는 총 여덟 박자 중 가장 마지막에 들어오는 센 박자다. 일반적인 드럼 비트 위에서라면 보통 해당 루프의 마지막 스네어 드럼이 터지는 순간. 귀에 쏙 들어오는 일곱 번째 스네어 드럼 소리 덕분에 사람들은 이런 노래를 손뼉 치며 부를 때 아주 자연스럽게 제7박에 박수를 치게 되는 경험을 한다. 노래방에서 탬버린을 치더라도 자연스럽게 가장 강한 비트를 제7박에 내게 되는,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럽게 박자를 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제7박이다.

게임 '리듬 닥터'는 게임 초반 튜토리얼에서 복잡한 설명보다는 적당한 리듬감의 노래에 맞춰 제7박에 버튼을 누르라는 설명 정도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룰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우리는 모두 그 7박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굳이 화면 가득 쏟아지는 박자표가 없어도 게임은 충분히 리드미컬하고 덕분에 비트를 타는 재미를 버튼 하나로도 충분하게 구현해낸다.

◆원 버튼, 그러나 절대 만만하지 않은 리듬 플레이

너무나 익숙한 제7박에 맞춰 버튼 하나 누르는 건 자칫 식상할 수 있어 보이지만 '리듬 닥터' 는 난이도 조절과 이야기 구성을 통해 단조로울 수 있는 위험을 손쉽게 넘어선다. 다른 게임들과 달리 '리듬 닥터'는 난이도 구성을 제7박의 위치를 뒤흔드는 음악 변주로 이뤄낸다.

7박은 단지 고정된 8비트에 머무르지 않는다. 8비트는 때로 7비트가 되기도 하고, 엇박을 내어 플레이어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두 개의 8비트를 두 박 차이로 엇걸어 내미는 음악에서 초보자는 원 버튼 리듬 게임이 만들어내는 색다른 난이도의 도전에 직면한다. 고의적으로 끼어드는 잡음, 갑작스럽게 모든 비트가 사라지는 묵음, 변박자 같은 실제 음악에 쓰이는 수많은 요소가 '리듬 닥터'의 제7박에 계속 개입하면서 게임은 리드미컬하다는 설득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다채로운 리듬의 난이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자랑한다. 게임의 곤혹스런 도전에 당혹해하면서도 플레이어는 자신이 놓친 박자의 이유에 설득당하는 기묘한 상황이 게임 내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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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박에 박자 치는 일이 절대 만만하지 않다. 음악은 끊임없이 변주되며 플레이어의 리듬을 놓치게 만드는 새로운 요소가 스테이지마다 출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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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리듬의 과정은 '리듬 닥터'라는 게임 이름답게 비트를 통한 환자 치료라는 독특한 설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상처 입은 환자들의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리듬 닥터로서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부정맥으로 뛰는 환자들 심장에 새 박동을 전해주는 희망의 리듬이 된다. 집요하게 부정맥을 만드는 게임 난이도의 개입을 이겨내고 환자의 심장을 정박으로 만들어내는 리듬 닥터가 되는 과정은 리듬감 있게 쾌활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박동하는 생명이라는 따스함을 함께 품어낸다.

◆박동하는 생명의 리듬을 다룬 인디 게임

아마도 멜로디를 내는 악기보다 한참 먼저 인류에게 등장했을, 규칙적인 박자라는 리듬으로서의 음악은 여러모로 살아 있는 모든 동물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것, 심장 박동에서 감흥의 근원을 갖는다. 우리 삶 자체가 이미 심장이란 비트플레이어의 리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게임 '리듬 닥터'는 단순하면서도 결코 만만하지 않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상당한 재미로 풀어낸다. 플래시 게임으로 처음 등장해 이제는 여러 플랫폼에 상업게임으로 걸리기 시작한 '리듬 닥터'는 단순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태초적인 인간의 무언가를 건드리는, 대단히 근본적인 재미를 만들어내는 보기 드문 인디 게임이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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