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재정 당기적자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문재인 케어를 본격 실행하면서 건보료 수입에 비해 보험급여 지출이 더 빠르게 느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방향은 맞다. 의료비 중 건보가 부담하는 보장률은 2015년 기준 6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에 한참 못 미친다. 다만 정교한 재원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 구호는 공허할 뿐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문재인 케어에 총 30조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보건복지부는 건보료 인상률을 높이고, 국고 지원을 늘리면 이를 충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임기 이후에도 약 10조 원 규모의 적립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는 다르다. 정부 가정대로 건보료율을 매년 3.2%씩 올려도 2026년이면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봤다. 적립금의 적자를 막으려면 2026년에는 건보료 인상률을 4.9%로 껑충 높여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를 마친 2023년 이후 건보재정 추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5년간 어찌어찌 버티더라도 제도를 지속하려면 중장기 추계를 바탕으로 건보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건보료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의료비 부담 완화의 달콤한 면만 강조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외면하면 그 부담은 차기 정부와 국민의 몫이 된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