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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평양 가는 길 앞에 놓인 3고개…北 도발, 한미 군사훈련, 북미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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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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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 당 정치국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을 맞고 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초청에 대해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밝힌 것은 남북대화가 남북 정상의 의지만 있다고 성사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문 대통령의 구상대로 남북 대화가 북미 대화로 이어져 평양으로 가는 장애물을 일거에 제거하는 것이지만 미국은 북미 대화에 부정적이다. “북한의 미소 전술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평창올림픽 리셉션과 개회식에서 북한과 한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거부하고 돌아가 버렸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 타격인 ‘코피 전략’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지광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없다는 게 워싱턴의 일치된 의견”이라며 “북핵 동결이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 동결 선언만으로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는 부족하다고 미국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가기 위해서는 4월로 예정된 한미군사훈련이 어떤 모습으로 진행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한미훈련이 재개되면)조선반도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파국 상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된다면 예년과 같은 규모를 유지할지 아니면 축소할 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한미합동훈련을 보면 김정은과 트럼프, 남북관계와 한미공조 사이에 끼어 있는 문 대통령이 어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지 알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9일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아베 총리의 요구에 대해 “내정의 문제이자 주권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먼저 만났다”며 “아베의 요구는 미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한국에 강한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교수는 “지금 들어오는 판을 봐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며 “북한 입장에서 보면 한미합동훈련을 빌미로 판을 깨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문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대북 제재 강화 요구와 북한의 남북 관계 개선 요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지광 연구위원은 “미국의 동의 없이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을 할 경우 미국은 한국의 동의 없이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독자행동에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제재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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