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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김현주의 일상 톡톡] 결혼 vs 비혼 중간지대는 '동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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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인생의 한 여정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습니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여건과 제약 앞에서 결혼을 주저하거나,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결혼을 포기하는 2030대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사회분위기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결혼 제도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관계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계약 결혼과 동거가 각각의 예로, 결혼과 비혼(非婚) 사이에서 고민하는 미혼자들에게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실제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이런 사례들이 자주 다뤄지면서 사회적 환기도 시나브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물론 사회 전반적으로 보면 여전히 결혼제도를 벗어나려는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더 강한 게 사실입니다. 다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계약 결혼과 동거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자연스럽게 깊어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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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미혼남녀, 차선의 선택은 없는 것일까.

미혼자 10명 중 9명은 “앞으로 결혼제도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계약 결혼에 대해서는 미혼자 67.2%가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응답했다.

미혼자 절반 이상(55.6%)은 “동거를 고려해볼 의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결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다만 아직 동거에 대한 한국사회의 시각은 부정적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49세 미혼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계약 결혼 및 동거 관련 인식을 살펴본 결과 결혼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계약 결혼이나 동거를 하나의 대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기존 결혼제도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혼남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실제 미혼남녀의 44.1%만이 결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미혼 남성(남성 53%, 여성 35.2%)과 20대 미혼자(20대 54.9%, 30대 47.7%, 40대 29.7%)가 결혼의 필요성에 좀 더 많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점도 눈에 띄는 특징이었다.

결혼 관련 미혼남녀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걱정거리는 자녀 양육 부담(51.7%·중복응답)과 자유로운 생활이 없어질 것 같다는 두려움(51.1%)이었다. 미혼중에서도 젊은 층이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감(20대 58.3%, 30대 54.3%, 40대 42.6%)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으며, 결혼으로 인해 자유로운 생활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30대 미혼자(55.7%)에게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결혼비용에 대한 부담(47%)과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부담(43.3%), 자신의 월급으로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41.3%), 집안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36.6%) 등도 결혼을 둘러싼 걱정거리 중 하나였다. 젊은 층은 결혼비용(20대 58.3%, 30대 48.9%, 40대 33.7%)과 가정을 꾸려나갈 생계비(20대 47.7%, 30대 42.6%, 40대 33.7%) 등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결혼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비해 연령이 높은 미혼자는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부담감(20대 28%, 30대 46.3%, 40대 55.7%)을 훨씬 크게 느끼고 있었다.

◆미혼남녀 79.1% "남자나 여자나 혼자 살아도 별 지장 없는 시대"

미혼남녀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연애만 하는 비혼으로의 삶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75.1%가 직업이 있고, 능력만 있다면 연애만 하면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바라봤다. 사랑을 한다고 해서 결혼을 꼭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77.2%에 이르렀다. 특히 미혼 여성이 남성보다는 능력이 된다면 연애만 하면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고(남성 68.6%, 여성 81.7%),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남성 72.4%, 여성 82.1%)는 태도가 더욱 뚜렷했다.

미혼남녀 10명 중 8명(79.1%)이 "남자나 여자나 혼자 살아도 별 지장이 없는 시대"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늘날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결과로 읽을 수 있다. 절반 이상(53%)은 혼자 살면 오히려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길 것 같다고도 바라봤는데, 남성(37%)보다는 여성(69%)이 주체적인 삶을 위해 비혼을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결혼을 하기보다는 직장과 일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살고 싶다는데 동의하는 미혼자(47.4%)가 동의하지 않는 미혼자(30%)보다 많았다. 미혼 여성(남성 41.7%, 여성 53.1%)과 20대(20대 54.9%, 30대 43.7%, 40대 43.7%)가 결혼보다는 직장 및 일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강한 것도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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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 사이에서 동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엔 '결혼 인턴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비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절반 이상(54%)이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삶을 이해하는 어른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바라본 것이다. 또한 미혼남녀 10명 중 4명(41.2%)은 훗날 자신의 자녀에게도 ‘싱글 라이프’를 권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27.4%)보다 우세한 결과였다.

자녀에게 싱글 라이프를 권하겠다는 생각은 미혼 남성(33%)보다는 여성(49.5%)에게서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이같은 인식은 결국 결혼이 더 이상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미혼남녀 87.8%가 앞으로 결혼제도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바라보는 것처럼 비혼으로의 삶을 즐기거나, 기존의 결혼제도를 대체하는 형태의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을 훨씬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계약 결혼?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고려해볼만"

이렇게 결혼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실제 결혼제도를 보완하는 계약 결혼이나 결혼의 대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동거에 대한 관심이 커진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계약 결혼을 다루는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계약 결혼을 인지하고 있는 미혼남녀(71.5%)가 상당히 많은 모습이었다. 계약 결혼 관련 미혼남녀 67.2%가 현실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남성(63%)보다는 여성(71.4%),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20대 63.1%, 30대 66.9%, 40대 71.7%) 계약 결혼을 생각해봐도 괜찮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이해하기 어려운 결혼관이라는 평가는 27.9%에 그쳤다. 직접적으로 최근 계약 결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15.6%)은 그리 많지 않지만, 계약 결혼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어느 정도 확인시켜주는 결과물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계약 결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실제 사례들도 조금씩 증가하는 현상과 관련해선 역시 결혼 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그 이유로 가장 많이 꼽았다. 결혼이란 제도에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는 미혼자가 많아지면서(39.5%, 중복응답), 하나의 절충안으로 계약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는 시각이 뚜렷한 것이다. 남성(35.8%)보다는 여성(43.2%), 그리고 연령이 높을수록(20대 31.7%, 30대 40.9%, 40대 46%) 이같은 인식을 많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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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me)를 위한 소비'와 나만의 시간과 같이 미혼이기에 가능한 삶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36.4%), 현실적으로 결혼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지면서(35.7%) 계약 결혼이 증가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미혼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26.5%), 배우자의 가정사 및 집안 문제에 얽히고 않고 싶어하며(24.7%), 배우자 집안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싶어서(21.8%) 계약 조건을 만드는 것 같다는 의견도 많았다.

결국 결혼이란 제도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계약 결혼을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남성은 결혼에 따른 경제적 부담(남성 32.2%, 여성 20.8%)을, 여성은 배우자의 집안 문제에 관여하지 않고(남성 18.3%, 여성 31%), 배우자 집안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남성 18.3%, 여성 25.3%) 목적을 계약 결혼의 증가 원인으로 많이 바라보는 차이를 보였다.

◆미혼남녀 10명 중 5명 "결혼 전제로 하는 동거 OK"

미혼자들은 동거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2명 중 1명(49.9%)이 주변에 동거를 해 본 경험자가 있다고 응답할 만큼, 알게 모르게 동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 동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들여다보면 찬성하는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한 것으로 보여졌다. 찬성에 가까운 의견을 갖고 있다는 미혼자(31%)가 반대에 가까운 의견을 갖고 있다는 미혼자(20.2%)보다 많은 것이다.

비록 절반 가까이(45.4%)는 동거에 대한 중립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적어도 동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진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동거에 찬성하는 의견은 주로 미혼 남성(남성 38.1%, 여성 23.8%)과 20대 미혼자(20대 40%, 30대 28%, 40대 24.9%)가 많이 가지고 있었다. 주변에 동거경험자가 있는 경우 동거에 훨씬 관대한 태도(주변 동거경험자 있음 40.5%, 없음 23%)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었다.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에 대해선 긍정정인 시각이 더욱 두드러졌다. 미혼남녀 2명 중 1명(51.3%)이 결혼을 전제로 한다면 동거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역시 미혼 남성(남성 56.8%, 여성 45.9%)과 20대 미혼자(20대 64%, 30대 51.1%, 40대 38.9%), 주변에 동거경험자가 있는 미혼자(주변 동거경험자 있음 55.9%, 없음 48.9%)가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를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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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결혼정보업체 듀오 관계자는 “젊은 세대들의 다양한 가치관과 인식 변화는 결혼제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존 결혼제도 형태에 발목 잡혀있기 보다는 유럽의 동거가구 사회복지혜택과 같은 정책을 마련해 다양한 형태의 결혼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동거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 여전

반면 결혼을 전제한다고 해도 동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는 11.5%에 그쳤으며, 3명 중 1명(35.1%)은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응답했다. 다만 ‘결혼제도를 대체하는 역할’로서의 동거에 대한 의견은 상당히 엇갈렸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35%)과 동거가 결혼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의견(36.4%)이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다. 동거를 하나의 법적인 가족형태로 바라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동거를 부정적으로 많이 바라본다는 점은 동거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국사회가 동거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혼남녀 10명 중 7명 이상이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응답한 것이다. 동거에 대한 시선이 결코 좋지 못하다는 의견이 27.3%, 아직까지는 동거를 조금은 좋지 않게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이 46.3%였다.

특히 동거에 대한 시선이 ‘결코 좋지 않다’는 느낌은 남성(21.7%)보다는 여성(33%)이 많이 체감하고 있었다. 반면 동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응답은 단 3.5%에 불과했으며, 결혼을 전제로 한 경우에만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라는 평가도 10명 중 2명(20%)에 그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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