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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안보리 블랙리스트' 최휘도 제재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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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우리정부 요청에 일시 면제… 北선 만경봉92호 기름 요청 철회

조선일보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최휘〈사진〉 노동당 부위원장이 9일 방남(訪南)해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최휘는 유엔 안보리 '블랙리스트'에 올라 유엔 회원국 여행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방남 8시간 전쯤 안보리 대북제재위가 제재의 일시 면제를 승인하면서 입국이 허가됐다. 우리 정부가 제재 면제를 요청했고, 15개 이사국이 이를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안보리가 처음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한 2006년 10월 이후 최초의 면제 사례다.

방남 명분이 올림픽 개막식 참석이기 때문에 안보리도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만경봉호 입항에 이어 최휘 방남까지 북한이 올림픽을 구실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잇따라 전략적으로 무력화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말 새 국가체육지도위원장에 유엔 제재 대상인 최휘를 앉힌 것도 평창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앞장서 대북 제재를 허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전용기를 통한 방남 허가도 대북 제재 위반 소지가 크다. 또 안보리 결의상 북한에서 온 모든 항공기의 수화물을 검색해야 하지만, 이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인천공항 도착 10여분 만에 공항 의전실에 도착했다. 화물 검색을 사실상 생략한 것이다.

결국 성사되진 않았지만 만경봉 92호 유류 지원도 논란거리였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북한이 요청한 유류 지원과 관련해 국제사회 협의가 끝나 합리적 수준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가 오후 8시쯤 뒤늦게 "북한이 요청을 철회해 유류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이 우리 정부 예상보다 많은 양을 요구해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는 군사 목적 등으로도 쓰일 수 있는 유류의 특성을 감안해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양을 연간 50만배럴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에 "만경봉호에 유류 제공을 추진한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제재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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