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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文 "위안부 합의로 문제해결 안돼"…아베 "국가간 약속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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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한일 정상회담…위안부합의 불인정후 첫만남

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평창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이 위안부 합의 불인정을 두고 논란을 벌인 후 첫 만남이다. [평창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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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위안부 합의가 해결되지 못했다는 결정은 지난 정부의 합의 이후 피해 할머니들과 국민이 합의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일본은 그 합의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약속을 지켜온 만큼 한국 정부도 약속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반박했다.

한일 정상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일인 이날 평창 블리스힐스테이 양자회담장에서 1시간가량 회담했다.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해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갈등이 불거진 후 처음이다. 이날 양측 정상은 입장차가 상당한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간극이 컸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게 국제 원칙"이라며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그분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 정부 간의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위안부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계속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수용할 수 없다고 한 이후의 첫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 12월 28일 위안부 합의가 절차·내용상 흠결이 있다며 이 합의로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기존 입장에서 1㎜도 못 움직인다"고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지만 양국 정상은 이날 대북공조 방안과 한일 미래 관계 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먼저 아베 총리가 평창을 방문해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시하며 2년 후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본 선수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메달도 많이 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양국이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또 (아베) 총리님과 함께 지혜와 힘을 합쳐서 양국 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평창올림픽 개최에 대한 축하를 전하며 "같은 아시아 리더로서 아시아 평창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을 성공하게 만들기 위해서 협력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개막식에 참석했다"고 답변했다. 또 아베 총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본·한국·미국 간에 긴밀한 협력관계를 재확인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과 한국의 미래지향적이고 또 새로운 관계 구축을 위해서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특히 아베 총리는 "북한은 평창올림픽 기간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북한의 미소 외교 전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가 비핵화를 흐린다거나 국제공조를 흩뜨리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며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가 결국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 이런 분위기를 살려나갈 수 있도록 일본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양국 정상은 올해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위한 공동선언' 발표 20주년임을 감안해 양국 관계의 새로운 미래지향적 발전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양 정상은 셔틀외교 복원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이른 시일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일본에서 개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회담은 지난해 7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이어 세 번째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참석을 위해 전용기 편으로 하네다공항에서 출국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 땅을 밟은 것은 2015년 11월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아베 총리는 10일에는 일본 선수촌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한 뒤 아이스하키 일본 대표팀의 경기를 관전한 후 귀국한다.

[오수현 기자 /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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