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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재용 '정경유착 굴레'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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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서 집행유예, 353일만에 석방]

법원 "대통령 겁박 따라 돈 줘… 승계 청탁·정경유착 없었다"

승마지원금 36억만 뇌물 인정… 최지성·장충기도 집유 석방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작년 2월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대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된 지 353일 만이다. 앞서 1심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었다.

조선일보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비선 실세’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 부회장은 이날 항소심 선고로 지난해 2월 17일 구속된 지 353일 만에 석방됐다. /성형주 기자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사장, 박상진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최 전 부회장과 장 전 사장도 석방됐다.

1심은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默示的) 청탁'을 했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금 72억9000만원, 최씨가 실제로 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 등 총 89억여원을 뇌물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었다.

그러나 2심은 1심과 달리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은 존재하지 않았고 묵시적 청탁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동계센터 후원금은 무죄로 판단됐고,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204억원도 1심처럼 무죄가 유지됐다. 다만 2심은 삼성이 최씨에게 직접 송금한 승마 지원금 36억원만 뇌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승마 지원이 뇌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마지못해 준 뇌물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핵심 혐의인 뇌물공여 액수가 크게 줄면서 이 부회장 형량이 대폭 줄어들었다. 뇌물 혐의와 연결된 횡령과 범죄 수익 은닉 혐의도 36억원 범위 내에서만 일부 유죄로 인정됐다.

특검은 이 사건을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정경 유착 사건의 전형'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내세운 '적폐 청산'을 대표하는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에서 발견된 삼성 관련 문건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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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선 정치권력과 뒷거래를 배경으로 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 거액의 불법·부당 대출과 같은 전형적인 정경 유착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이 사건은 삼성이 대통령의 겁박과 사익을 추구하는 최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수동적으로 응한 뇌물공여 사건"이라고 했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이 부회장은 "1년간 저 자신을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했다.

정치권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 판단"이라고 했고,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법원의 현명한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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