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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트럼프 `러게이트` 뭉개려 기밀문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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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기밀 메모를 미국 백악관이 곧 공개할 방침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반대를 무릅쓴 결정에 FBI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 양측 간 전면전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이른바 '누네스 메모'가 이르면 2일 공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메모는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의 이름을 딴 네 장짜리 문건으로,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법무부와 FBI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 측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해 트럼프 대선캠프를 감시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FBI는 2016년 6월 트럼프 대선캠프 외교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를 감시하기 위해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비밀감청영장을 발부받았는데, 힐러리 대선캠프의 의뢰를 받은 인물이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러시아 스캔들 조사는 현재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누네스 메모를 공개해 FBI와 뮬러 특검 수사가 편향되게 진행돼 왔음을 밝히고자 한다. 반면 FBI는 메모된 내용의 사실관계가 정확하지 않을뿐더러 공개하면 첩보 수집 과정이 노출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 CNBC방송은 누네스 메모가 공개돼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이 사퇴할 가능성에 대해 백악관 고위 참모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FBI가 정면 충돌하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레이 국장과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29일 백악관을 찾아가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메모 공개를 막아 달라고 설득했으나 무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당시 힐러리 측 자금을 받아 문건을 작성한 이는 영국 정보기관 MI6 요원 출신인 크리스토퍼 스틸이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2013년 모스크바 미스 유니버스 대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매춘부를 호텔로 불러 음란파티를 벌였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해임된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도 FBI 측에 힘을 실어줬다. 코미 전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모두 FBI가 하는 말을 인정해야 한다. 더 많은 지도자가 그러길 바란다"고 썼다. 또 전 동료들에게 "힘내라. 교활한 자나 거짓말하는 자들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준다"고 당부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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