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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매경이 만난 사람] 손경식 CJ그룹 회장 "기업이 잘돼야 정부도 성공…서로를 알려면 자주 소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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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센터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한국 경제 상황과 CJ그룹의 사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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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한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함께 올해 CJ 사업 방향에 대해서도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해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지금의 25%에서 50%로 올리겠다"면서 "조직재편 등을 통해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해외 사업장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위적인 사업 조정보다는 기업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CJ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한류 확산에 대해서도 그룹 차원에서 애정을 갖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음식와 문화를 알리는 글로벌 행사를 계속 추진하고 이를 통해 CJ뿐만 아니라 여러 중소기업이 함께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아래는 손 회장과의 일문일답.

―최저임금 인상, 원화값 상승 등 경영 환경이 좋지 않다. 어떤 변수를 가장 주목하고 있나.

▷세계 경기가 좋아진다면 국내 경제 상황도 그에 따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변수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기준금리다. 올해 들어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국내에 미치는 여파도 상당하지 않겠나. 이에 대한 우려가 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이 국내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능력 밖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기업은 원가 부담이 높아져 경쟁력이 약화된다. 일부 업종은 업의 성격상 연장근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심하게 겪을 것이다.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대기업도 부담이 크다.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퍼져 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대기업에 대한 나쁜 감정의 원인은 과거에 법을 잘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점 때문에 실망시킨 점은 안타깝다. 앞으로 대기업은 충만한 준법정신을 갖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준법경영을 해야 한다. 반면 법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정비돼야 한다. 법이 규제를 남발해 기업이 피해 갈 길만 찾도록 만든다면 재고해야 한다. 기업이 규제로 인해 겪는 고통스러운 부분도 해결해줘야 한다. 예컨대 인허가 규제 같은 데서 문제가 많다. 세법의 경우 탈세를 하려는 게 아니라 해석에 있어 견해가 달라진다. 상속세 부담이 크니까 재산가는 어떻게든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상속받은 사람이 기분 좋게 세금을 내고 의무를 다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나 친근로자 정책이 늘면서 사업할 의욕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기업인이 많다. 이에 동의하나.

▷현 정부가 출범한 지 7개월에 불과하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점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친기업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가 퇴직한 뒤 그와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리 전 총리가 "한국 정부는 친기업적이냐"고 묻더라. 나는 "이 세상에 친기업적이지 않은 정부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기업이 잘돼야 그 정부도 잘될 수 있는 법이다. 결국에는 현 정부도 이런 차원에서 친기업적 정부가 되지 않겠나 싶다.

―이번 정부의 친근로자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여러 가지 문제는 앞으로 해결점을 찾아가야 한다. 반면 우리 경제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노사관계라고 본다. 최악의 노사관계를 원만히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공정한 차원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사 문제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 매우 염려된다. 잘못하면 이것이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되고, 모든 부담은 국민이 뒤집어쓰게 된다.

―기업과 정부 간 관계 설정에 대해 어떻게 보나.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려는 의지는 있다고 보는가.

▷기업과 정부 간에 소통이 잘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소통 창구가 활성화돼야 한다. 현 정부는 기업과 소통을 많이 하려는 것 같다. 대통령께서 우리 기업인을 청와대로 불러주고 해외에 갈 때마다 기업인과 자주 대화한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공직자도 기업과 많이 소통해줬으면 한다. 기업과 정부가 너무 가까운 것도 문제지만 서로 기본적 책무를 다하려면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서비스산업의 발전 가능성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얘기해달라.

▷현재 국내 고용의 70%를 서비스산업이 맡고 있다. 과거 우리는 수출이라는 큰 전제하에 움직였다. 수출산업을 정부가 집중 육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비스 분야는 제조업에 비해 뒤처졌다.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데 관심을 갖고 지원했으면 한다. 서비스산업이 커질수록 국민 일자리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콘텐츠 분야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로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재계 큰 어른으로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달라.

▷경제가 성공하려면 시장경제 원칙이 확실히 지켜져야 한다. 경제의 효율을 높이고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시대에 맞게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기업이 일하는 데 정부가 좀 더 밀어줘야 하지 않겠나. 기업이 안고 있는 여러 규제나 제도에서 겪는 부담을 정부가 고쳐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법규과 제도를 잘 지키면서 창의성을 발휘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국가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기업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국가 경쟁력이 달렸다.

매일경제

―얼마 전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 계획을 밝혔다. CJ그룹 사업 방향은.

▷2020년 매출 100조원이 되는 회사를 만들 계획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현재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 정도다. 이를 2020년까지 50%로 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쓰고 있다. 조직재편이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은 그 일환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사업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해외 사업을 위해 M&A 계획은.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려면 아무래도 해외 M&A가 필요하다. 대한통운처럼 물류사업을 하는 DHL은 독일 우정성을 모체로 출발해 지금의 글로벌 물류회사가 되기까지 수많은 M&A를 통해 사업을 키웠다. 우리도 이를 참고하고 있다. 대한통운은 물류보관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택배터미널을 올해 완공한다. 이미 중국, 베트남 등에서 물류사업을 하고 있고 지난해 중국에서 냉동·냉장 물류회사를 인수했다. 작년에는 베트남 최대 물류회사도 사들였다.

―물류 외에 다른 해외 사업은 어떠한가.

▷해외 생산설비를 확장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바이오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이고, 미국 동부와 서부에 식품공장도 짓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바이오, 식품, 사료 종계장 등 많은 투자가 집행됐고 CGV 극장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2001년 사료사업을 시작으로 식품, 바이오, 물류, 홈쇼핑,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진출했다.

―한 컨설팅업체 얘기로는 CJ가 알리바바처럼 물류·유통·제조를 다 갖췄다고 한다. 어떻게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인가.

▷전체 경쟁력은 회사 간 시너지를 어떻게 내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알리바바 사례는 중요한 포인트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식품 분야는 어떠한가.

▷식품 분야도 큰 사업이다. 최근에는 가정간편식(HMR)을 많이 만들고 있다. 식사를 쉽게 할 수 있는 제품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 나도 집에서 우리 회사가 만든 곰탕을 맛있게 먹고 있다. 냄비에 바로 넣고 먹으면 되니 간편하다. 바이오 사업은 아미노산을 만드는데 원가 경쟁력을 높여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류 확산에 CJ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망은.

▷한 번은 '방탄소년단'과 같이 파리에 갔다. 젊은 연예인들이 영어도 잘하고 아주 대단하더라. 속으로 감탄했다. 한류 확산을 통해 CJ뿐만 아니라 여러 중소기업도 글로벌 시장에 많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 한류를 넓히기 위해 '케이콘(KCON)'을 통해 젊은이들이 모여 공연도 보고, 중소기업 제품도 선보이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한류를 진작시키고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동반자 역할을 다하겠다.

―이재현 회장 근황은 어떠한가.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사무실에서 업무는 처리할 수 있어도 대외활동까지 하기는 어렵다. 가벼운 운동을 주로 하고 있고, 잔디를 밟으면 좋다고 해서 골프장에도 가끔 가서 걷는다.

―이미경 부회장 복귀설이 돌고 있는데.

▷지금도 경영을 떠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해외 엔터테인먼트 분야 고객들과 만나고 있다. 두뇌가 영민하고 엔터테인먼트 분야 인맥도 넓다. 따라서 '경영 복귀'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다만 '국내 복귀'를 언제 하느냐 문제다. 개인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다.

―그룹 후계 구도는 어떻게 되나.

▷CJ그룹이 후계 구도까지 깊이 얘기할 연령대는 아니다. 이재현 회장이 아직 젊고 경영에 복귀한 지 1년이 채 안 됐다. 자녀들이 충분한 경영 능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고 승계는 그 뒤에 진행해도 늦지 않다.

―본인이 경영 인사이트를 얻는 방법은.

▷모든 것을 조용히 앉아 생각한다. 그리고 젊은이의 두뇌를 빌려야 한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다.

■ 손경식 회장은…

△1939년 서울 출생 △1957년 경기고 졸업 △1961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1968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대학원(MBA) 졸업 △1991년 삼성화재 부회장 △1994년 CJ그룹 회장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2006년 코리아외국인학교재단 이사장 △2007년 CJ제일제당 회장 △2007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 △2011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

[대담 = 이은아 유통경제부장 / 김병호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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