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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 <50>사고로 생이별하는 이들의 아픔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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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에 도착한 총리는 “추가 피해가 없도록 대응하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속 대책에 만전을 기하고, 안전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예상한 말이다. 이리역 폭발사고, 대구지하철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마우나리조트 붕괴, 세월호 참사, 경부고속도로 화물차 돌진사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끊이지 않는 대형 참사 때마다 듣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사후 조사 결과는 모든 사고가 인재임을 확인하지만 위험한 상황은 여전하다. 일주일만 지나면 언론도 잠잠하고, 정부도 평상으로 돌아간다. 졸지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들만이 오열할 뿐이다. 4만달러 국민소득이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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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예방의 가장 큰 적은 안전 불감증이다. '설마 나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라는 '설마병'이 사고를 부추긴다. 방관하는 태도를 빚댄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다음 사고에서는 '내가 희생자일 수 있다'는 절박함을 느껴야 한다. 40여명의 처참한 희생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어야 하는 국가 지도자는 인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한 관리 체계 점검과 제도 개선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민 안전은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4차 산업혁명의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초고속무선망(5G) 기술로 재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동차 사고를 감지하는 센서, 위험 예측이 가능한 빅데이터, 원활한 지휘 환경을 제공하는 초고속망, 고화질 영상 및 위치정보(GPS) 기술, 실시간 판단 기준인 AI, 무한한 잠재력의 무인항공기(드론), 재난 구조 스마트로봇 등을 총동원하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는 국가 예산을 탈탈 털어서라도 재난에 대비하는 안전한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관행과 예산 등 여러 핑계로 또 다른 재난을 바라만 보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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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기술 도입과 함께 관리 체계 혁신도 필요하다. 재난 예방과 대응 실태를 점검하고, 첨단 관리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빅데이터로 지금까지 자주 일어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지적된 위험한 환경을 개선만 해도 사고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첨단 기술 복합체인 자동 점검 시스템과 전방위 통신 체계로 재난 관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를 기다리기 전에 지방자치단체마다 '최첨단 재난안전관제센터'를 조기 구축, 전통 방식의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혁신시킴으로써 재난을 최소화하길 제안한다.

사고만이 재난은 아니다. 식품, 의약품, 유해물질, 위생관리 부실도 적잖은 생명을 앗아갔다. 차제에 국가안전관리 체계와 환경 총체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와 함께 개인은 자신이 재난의 최종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안전사고 예방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정부의 안전 관리 체계를 상시 감시하고, 생활 현장에서 안전 장치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전교육과 훈련도 병행해야 한다.

첨단 기술로 구현한 재난안전시스템으로 대한민국이 안전해지면 우리의 노력은 전 세계 안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안전 산업이 국가 경제의 효자 노릇까지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인재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불행이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자 나라가 되는 것도 나눔으로써 행복한 것도 살아 있을 때 얘기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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