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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신율의 정치 읽기] 올림픽 이후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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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지난 1월 25일 충북 진천군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을 방문한 북한 선수단에게 꽃다발을 건넨 뒤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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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슈로 정국이 뜨겁다. 예전 같으면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국제 스포츠 행사에 북한이 참가하는 것을 두고 논쟁이 일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아시안게임이나 그 밖의 국제적 스포츠 행사에서 남북이 공동 입장을 하거나 단일팀을 구성한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국민 여론이 갈린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찬반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평창올림픽에서 남북이 공동 입장을 하고 단일팀 구성을 하는 것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부정적인 입장을 제기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화를 통한 남북 체육 교류를 명시한 ‘평창올림픽 특별법’이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는 점을 들며 반박했다. 이 특별법은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한 여야 의원 153명이 투표해 147명의 압도적 찬성(반대 2명, 기권 4명)으로 의결됐다. 이 법 83~85조는 ‘대회를 통한 남북 체육 교류’를 명시하고 있는데, 83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대회를 통해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85조 2항에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 합의가 이뤄지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법조항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을 자유한국당이 만들어놓고 지금 와서 단일팀에 반대하는 것은 무슨 소리냐고 몰아붙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논리에는 문제점이 있다. 특별법을 만들었던 2011년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2011년에도 북한 핵문제는 상존했지만 그 위협 정도가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다. 당시는 또 국제사회가 합심해 북한을 제재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지금은 아니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유럽연합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를 단행했을 정도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강화되는 추세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논리를 계속 주장한다면 “개헌의 필요성도 사라진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지금 정치권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하는 이유는 1987년 체제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진 현 헌법이 변화된 작금의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평창 특별법이 통과됐을 때의 상황과 현재 상황이 다르니 평창 특별법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논리라면, 설령 평창 특별법을 본인들이 만들었다 해도 상황이 바뀌었으니 법을 손봐야 한다고 주장해야 맞다.

그리고 지금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은 2011년이나 아시안게임을 개최할 당시와는 다르게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실체적 위협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단일팀 그리고 남북 동시 입장에 대한 국민 시각이 고울 수만은 없다.

두 번째는 정부의 태도다. 문재인정부는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단일팀 구성 합의 과정에서 우리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 의견은 빠져 있었다. 한일 간 위안부 합의 문제를 다룰 때는 당사자 의견을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정부가 남북 단일팀 구성 합의에는 당사자 의견을 묻지 않았다.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은 그야말로 인생을 걸고 올림픽을 대비해왔다. 만두집 알바에서부터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던 선수들이 생업을 팽개친 채 일당 6만원을 받으면서, 그것도 다른 선수들이 아이스링크를 사용한 뒤인 저녁 9시부터 연습을 하며 올림픽 도전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달려왔다. 그런데 난데없이 정부가 여자 아이스하키는 남북 단일팀으로 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이 또한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둘러싼 국민적 논란에 불을 지폈다. 즉, 당사자 중심주의를 외치던 정부의 태도가 그때그때마다 다르다는 점 그리고 노력이 인정받는 공정사회를 만들겠다는 정부가 북한 단일팀 문제에서는 그렇지 않게 보였다는 점이 올림픽을 둘러싼 논란의 중요 요인이다.

궁금한 점은 또 있다. ‘왜 공동 입장을 해야 하는가’다. 지금의 북한 문제가 남북 간 문제라면 그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의한 위기가 남북 간 위기라면 공동 입장이나 단일팀 구성과 같은 이벤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북한에 의해 조성되는 위기는 남북 간의 위기라기보다는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위기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의 도발을 걱정했던 것이고, 그래서 우리 정부는 평화 올림픽을 위해 북한의 참여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

국제사회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기를 들고 남북이 공동 입장을 하기보다는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는 북한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북한도 참가한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서는 한반도 기보다는 인공기가 훨씬 효과적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겨난다. 우리 정부가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기 위해 북한 참가를 유도하는 것은 충분히 알겠다. 그러나 남북 공동 입장과 단일팀으로 올림픽을 치른 이후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우리가 주도할 것인지 그 로드맵이 있는지 궁금하다. 올림픽이 끝난 후 남북관계가 좋아졌으니 북한이 갑자기 우리랑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나올 리 만무하다.

게다가 지금 북한의 태도는 어떤가. 북한의 2·8 건군절 행사로 또 시끄럽다. 우리로 치면 국군의 날인 북한 건군절은 원래 4월 25일이었다. 4월 25일은 김일성이 1932년 4월 25일에 항일유격대를 결성했다고 하는 데서 유래했다. 2월 8일은 김일성이 인민군을 혁명 무력으로 강화·발전시켰다는 날이다. 정부는 북한의 건군절 변경이 이미 2015년부터 관찰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평창올림픽 때문에 북한이 갑자기 건군절을 변경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2월 8일 북한이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데 있다. 2월 8일은 남북 공동으로 금강산에서 전야제를 하겠다는 날이자 현송월이 강릉에서 예술단 공연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날 북한이 평양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고 열병식에 ICBM과 SLBM이 등장한다면 평화 올림픽을 그렇게 바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은 곤혹스럽게 될 것이다. 평화 올림픽임을 강조하기 위해 전야제도 금강산에서도 하고, 북한의 예술단 공연도 하는 것인데 정작 ICBM을 실은 특장차가 평양을 누비면 정부 입장이 말이 아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위기는 기회라고, 이런 점을 잘만 이용하면 문재인정부 입장을 오히려 강화시키고 호의적 여론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군사 퍼레이드 중단을 요구하면 된다. 북한은 2월 8일 열병식을 함으로써 핵을 가진 강국으로서 평화를 위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보여주는 이중적 전략을 구사하려 하는데, 이를 우리 정부가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물론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저 북한의 으름장일 수 있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선전을 위해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평화 올림픽을 치를 수 있고 북한은 자신들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장으로 올림픽을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남북한 이익의 교집합이 바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다. 때문에 북한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올림픽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징검다리로 사용한다는 문재인정부는 당연히 북한의 ‘힘의 과시와 체제 선전’이라는 이중전략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하면 2030세대에게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심어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50%대로 추락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우리의 당당함이 호의적 여론을 일으키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을 다룰 수 있다. 여론 지지만큼 강력한 정책은 없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4호 (2018.1.31~2018.2.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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