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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1 (금)

[대형화재 못 막나②] 셀프점검 등 제천참사 …또 ‘설마’가 ‘火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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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 제천처럼 ‘드라이비트’로 시공

-매번 ‘셀프 안전점검’ 진행…안전장치 ‘무용지물’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탕비실 천장의 전기 배선’, 그리고 ‘혹시나’ㆍ‘설마’했던 안일한 안전대응이 밀양 세종병원 참사를 불러왔다. 이번 밀양 세종병원 참사는 여러 면에서 제천화재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소방청과 경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밝혀진 사고원인은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전기 배선 합선이다. 하지만 화재 피해가 확산되는 데 영향을 준 것은 병원건축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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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조문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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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세종병원의 천장은 제천참사 당시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시공됐다. 드라이비트는 건물 외벽 콘크리트에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바르는 공법이다. 시공비가 저렴하고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화재에는 취약한 편이다. 단열재 소재로 스티로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미네랄울, 글라스울 등 단열성이 뛰어난 소재는 잘 쓰이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 경찰도 “응급실 천장 스티로폼 단열재와 가연성 물질로 인해 유독가스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고재모 국립과학수사원 법안전과장은 “밀양 세종병원 화재 발화지점인 1층 응급실 천장은 지난해 대형화재가 발생한 제천 복합건물 지하주차장 천장과 구조가 유사하다”면서 “병원 외벽이 제천 화재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 드라이비트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병원측이 진행한 화재점검도 제천 스포츠센터 당시와 유사하다. 세종병원은 지난 2015년부터 ‘셀프 소방점검’을 실시해왔다. 제천 스포츠센터 역시 건물주의 ‘셀프 점검’이 참사의 한 가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건물의 소방안전관리는 화재 발생 4개월 전까지 당시 건물주의 아들이 맡고 있었다.

세종병원의 셀프 점검 결과는 매년 ‘이상 없음’이었다. 소방당국이 지난 9일 밀양 세종병원 시설에 대한 소방특별조사를 벌인 결과 피난기구에 대한 ‘시정조치’명령을 내린 것과 대조적인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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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병원 화재 참사 사흘째인 28일 오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 류건덕 대표 (앞줄 맨 왼쪽)등 유가족들이 경남 밀양 세종병원을 방문해 묵념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이는 화재시 다양한 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화재 당시 2층 방화문은 열린 상태였다. 2층에서는 유독 많은 희생자(환자 19명, 의료진 2명)가 나왔다. 3층(8명)과 4층(8명)보다 월등히 많았다.

정전 상황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비상발전기도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세종병원에 설치된 비상 발전기는 수동식. 그런데 그 위치가 불이 시작된 응급실 뒤편이었다.

비상구 위치도 문제가 됐다. 사고 후 환자와 보호자들은 비상구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비상구는 수술실 안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제천 참사 유가족 32명은 지난 28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았다. 류건덕 유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세종병원 화재를 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동병상련을 느꼈다”며 “다 같이 한번 내려가 위로를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경찰과 국과수, 소방당국은 화재사건 발생 뒤 나흘째인 오늘도 현장에서 정밀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세한 사고경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희생자 수는 현재까지 39명에 달한다. 부상자 150명 중 8명이 중상 환자, 나머지 142명이 경상 환자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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