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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법부 개혁]블랙리스트 PC 조사 ‘벽’ 사라져…2차 추가조사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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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장 교체 의미

김소영 전 처장, 핵심 인물 ‘임종헌 PC 조사’ 번번이 막아

의혹 규명, 행정처 협조 필수…열지 못한 760개 파일 볼 듯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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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25일 법원행정처장을 김소영 대법관(53)에서 안철상 대법관(61)으로 교체한 것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2차 추가조사를 위한 첫 단계로 보인다.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 컴퓨터를 법원행정처가 보관하고 있어 임 전 차장 컴퓨터를 조사하려면 법원행정처장의 의사가 중요하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조사 결과에 대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고 “조사 결과를 보완하고 조치 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적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2차 추가조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법원행정처 협조가 필수다. 앞서 추가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수집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문건은 찾아냈지만 임 전 차장의 컴퓨터는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인 김 대법관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조사위는 지난달 1일 임 전 차장 컴퓨터를 법원행정처 내 별도 공간에 보관하고 타인이 꺼낼 수 없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20여일 후인 지난달 22일에도 법원행정처는 임 전 차장 컴퓨터를 줄 수 없다고 버텼다. 이달 8일 공문을 재차 보냈으나 김 대법관이 거부했다. 김 대법관은 지난해 말 국회에서 컴퓨터를 사용자 동의 없이 열어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저희(법원행정처)는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법원행정처가 임 전 차장의 컴퓨터 제출을 계속 거부할 경우 대법원장의 직무 명령에 불복한 것이기 때문에 형사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법원 일각에선 제기됐다.

김 대법관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김 대법원장은 결단이 불가피했다.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공무원에 대해 조사할 권한을 갖고 있고, 이 권한에 따라 자료 제출 요구를 할 수 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과 같은 대법관이긴 하지만, 사법행정에 있어서는 대법원장 기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다. 법원조직법 제67조를 보면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법원행정처의 사무를 관장한다”고 적시돼 있다. 임 전 차장 컴퓨터에는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볼 수 있는 문건이 더 많이 저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2차 추가조사를 위한 기구가 마련되면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임 법원행정처장인 안 대법관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추가조사위가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760여개 파일에 대한 조사에도 협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4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모 판사에게 “기조실 컴퓨터에 보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파일들이 있다. … 그러면 거기에 판사들 뒷조사한 파일들이 나올 텐데”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문건들보다 비밀번호 파일들이 훨씬 더 문제 파일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법원행정처장 교체는 법원행정처 조직 개편 등 제도개선을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당장 다음달 법관 정기인사가 예정돼 있고, 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하겠다면서 법원행정처 규모와 역할 축소를 예고한 상태다.

대법원 관계자는 “김 대법관이 재판부 복귀를 희망했고 안 대법관이 추가조사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맡아 진행하는 게 적정하다는 취지로 인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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