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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다이궁`때문에…면세점 최대 매출에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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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이 지난해 12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신기록을 세웠다. 10월 잠시 주춤했던 것을 빼면 8월부터 꾸준한 기록 행진이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중국인 보따리상인 '다이궁'이 매출 상승을 주도하면서 매출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은 악화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 등 일각에서 단순 수치를 근거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하면 시장건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액은 약 9억3907만달러로 집계됐다. 기존 기록이던 전월 외국인 매출보다 0.1%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8% 급증한 실적이다.

내국인을 포함한 지난해 12월 전체 면세점 매출은 12억3186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0.4% 증가한 수치다. 사상 최대 기록이었던 지난해 9월 12억3227만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반갑기만 한 실적이 아니라고 면세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매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면세점 외국인 이용객은 141만5621명을 기록했다. 전월에 비해 7.4%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11.3% 줄어든 숫자다. 1인당 소비액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그 중심에 다이궁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해석이다.

면세점 A업체 관계자는 "최근 시내면세점에선 새벽부터 빈 캐리어와 휴대폰 하나만 가지고 줄을 서 있다가 중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일부 상품만 골라 싹 쓸어가는 고객이 부지기수"라며 "일반 관광객이 들어와야 할 시장을 대리구매를 맡은 보따리상들이 채워버린 형국"이라고 말했다.

보따리상의 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수치인 지난해 3분기 면세점들의 누적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롯데면세점은 전년 동기 대비 87.8% 급감한 350억4000만원, 신라면세점은 전년 대비 21.3% 감소한 483억60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면세점 B업체 관계자는 "사드 갈등과 유커(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면세점들이 할인 마케팅 등을 강화한 가운데 보따리상들이 특정 제품을 대량 구매하면서 수익성을 끌어내리고 있다"며 "과거 7~8% 수준이던 영업이익률도 3~4%대로 반 토막 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드 문제로 대립하던 한중 정부가 최근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유커 복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1월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은 383만6879명으로 전년 대비 49.1% 급감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 숫자도 2016년 2063만1826명에서 지난해 1511만758명으로 급감했다.

면세점 업계에선 최소한 상반기 내에는 유커 방문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방문이 늘어날 조짐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 데다 이미 항공사들이 한중 간 비행편을 대폭 축소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면세점 A업체 관계자는 "보따리상들은 관광에는 관심도 없고 물건만 사서 돌아가기 때문에 쇼핑 이외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매우 작다"며 "단체관광 시장이 정상화하기 전까진 면세점·관광업계의 기형화가 계속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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