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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왜]'법사위 갑질방지법' 한국당 권성동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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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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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은 23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의 ‘국회 법사위 갑질 방지법’ 발의에 대해 “아주 독재적이고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의 분노 배경엔 여야가 바뀌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를 반복하는 국회가 있다.

통상 법안은 해당 국회 상임위가 심사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기 전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친다. 위헌 여부, 다른 법률과의 저촉, 자체 모순 등 ‘체계’와 용어의 적합성·통일성 등 ‘자구’를 검토하는 것이다. 대개 율사(판·검사, 변호사 등 법률가) 출신 의원들이 법사위에 속해 있다.

법안의 ‘내용’은 건드리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경계가 애매해 종종 논란이 됐다. 상임위에서 이미 충분히 심사한 법안인데, 법사위가 본회의 상정을 가로막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여야가 다투는 쟁점 법안을 두고 논란이 잦다. 법사위가 국회 상임위 16곳 중 하나일 뿐이지만, ‘상임위 위의 상임위’라고 불리며 갑질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법사위 심사에 ‘사심’이 개입된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특정 의원의 법안 처리를 저지하려면 체계·자구를 문제 삼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율사 출신 의원들의 ‘커넥션’이 의심 받은 사례도 있다.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취득하는 조항을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2016년 11월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년 넘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우 원내대표는 세무사법 개정안 사례를 들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제도는 국회에 법률 전문가가 드물던 시절에나 어울리는 낡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의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연장선이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제도 자체를 폐지해 각 상임위가 개별적으로 심사하도록 한 안이다.

민주당 의원 121명 중 법사위원 등을 제외한 99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사실상 당론으로 총공세를 예고한 셈이다. 여당으로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국가정보원 개혁 등 입법 과제를 염두에 뒀다는 풀이가 나온다. 상임위→법사위→본회의로 이어지는 관문 중 하나라도 미리 제거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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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으로선 반가울리 없다. 권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 체계·자구 심사권을 이용해 정부·여당 입법 시도를 노골적으로 막은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야당일 때는 필요하다고 하다가 여당이 돼 폐지하자고 하는 건 후안무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당 역시 ‘내로남불’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015년 4월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법안 제안 사유에서 “법안을 사실상 중복심사해 효율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소관 상임위원회의 의결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 4월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법사위 월권 금지’ 결의안 채택을 주도했다.

결국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폐지는 ‘내로남불’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도는 그대로인데, 여야가 바뀌자 입장을 달리 하게 된 것이다. “66년간 지속된 제도”(권 의원)란 주장과 “66년간 지속됐으니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우 원내대표 측)는 반론 중 승패가 가려질지 주목된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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