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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하다하다 ‘죄수체험’ 예능까지 봐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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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제적 교화예능 ‘착하게 살자’

“범죄 경각심 일으킨다”취지 무색

선정적 소재·수감자 인권침해 비판


한겨레

교도소를 배경으로 ‘죄수’체험을 하는 JTBC의 관찰예능프로그램 <착하게 살자>.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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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 이제 교도소까지 체험하냐!” 19일 첫 방송을 한 예능프로그램 <착하게 살자>(제이티비시)의 누리집 게시판에는 온통 이런 반응이다. “연예인들은 무슨 생각으로 출연했느냐”부터 “폐지가 답이다”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착하게 살자는데 반응은 왜 이럴까.

<착하게 살자>는 출연자들이 실제 교도소에서 일정 기간 지내면서 ‘죄수’ 체험을 하는 관찰예능프로그램이다. 김보성, 박건형, 유병재 등 연예인들이 실화, 살인미수 등 가상의 죄를 짓고 교도소에 간다. 제작진은 범법 행위 이후 겪게 되는 모든 과정을 알려주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한다. 첫 방송에서는 체포된 뒤 재판 등을 거쳐 교도소까지 가는 과정과 신입 수용자들이 도착 뒤 입출소실에서 벌어지는 항문검사 등 방을 배정받기까지의 과정, 방의 구조 등이 상세하게 소개됐다. 영화와 달리 실제 머그샷 촬영은 간단하다는 등 잘못 알려진 정보를 바로잡기도 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이 프로그램은 교도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준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예능이라는 점에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1주일 동안 진행되는 촬영만 끝나면 ‘출소(?)’할 연예인들의 교도소 생활의 힘겨움에 공감할 사람은 별로 없다. 프로그램은 끊임없이 “멘붕이다”라거나 “죄수들이 다 우리만 쳐다보는데 진짜 무서웠다” 등 출연자들의 불안함을 호소하지만, 감정이입은 잘 되지 않는다. 예고편에서는 심지어 면회 온 출연자의 어머니가 “그곳 생활은 어떠냐”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제작진은 “교도소 미화를 방지하려고 웃음을 최대한 배제했다”지만, 연예인끼리 한방에 몰아넣고 좁은 공간에서 신세계를 체험하며 겪는 좌충우돌은 그저 재미 요소로 보일 뿐이다. 투명 화장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권현빈을 보며 놀라거나, 설거지하는데 화장실이 급하다며 들어오려는 등 좁은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심각하다기보다는 웃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진짜 교도소에서 촬영하면서 다른 수감자들에게 주는 피해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제작진은 현실감 넘치는 연출을 위해 법무부 협조 아래 실제 경찰서, 법원, 구치소, 교도소에서 촬영한 것을 강조하지만 수감자들에게 의견을 물었을까. 시청자 게시판에도 “다른 방에 있는 진짜 죄수들에게 미칠 어수선한 분위기 조장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교도소가 몸은 물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불안함을 주는 곳이라는 점에서 출연자들의 심리상태나 돌발상황에서 벌어지는 안전을 걱정하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실제 교도소에서 체험하며 대체 뭘 보여주려는 것인지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카메라를 앞에 두고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100% 사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교도소가 연예인들이 어울려 관찰예능을 촬영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각심을 둔하게 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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