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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중만 "해외전시, 朴정부가 깔아뭉개"…文 사진 촬영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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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전직 관리 "한국측에서 전시 막는 느낌"…문체부 "정치적 고려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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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문재인 대통령, 우측 김중만 사진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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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그랑팔레 전시 무산 사실을 공개한 사진작가 김중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정아란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김중만(64)의 해외전시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 시절 무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작가는 2013년 그랑팔레로부터 개인전 개최를 공식 제안받았으나, 프랑스 당국과 한불 수교 130주년 행사를 논의하던 우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승인하지 않으면서 전시가 막판 철회됐다고 23일 주장했다.

김 작가는 그랑팔레가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꿔 전시 취소를 통보한 배경에 당시 우리 정부 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작가가 이날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그랑팔레 측은 2013년 2월 27일 "우리 프로그램 위원회에서 이 프로젝트(김중만 전시)를 논의했으며 (개최를) 승인했다"면서 2015년 11월~2016년 2월 전시를 제안했다.

그랑팔레 수석 큐레이터는 당시 "한불 교류 시즌과도 잘 맞을 것 같다"라면서 이 프로젝트가 확정되려면 양국 합의가 필요하지만 이번 전시 개최에 강한 요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시를 준비하던 김 작가는 별안간 2014년 2월 26일 그랑팔레로부터 전시 취소 이메일을 전달받았다.

"한불 교류의 해에 참여하는 양측의 요구를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김중만 전시를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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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권위 있는 전시공간인 그랑팔레
[EPA=연합뉴스]



김 작가 측은 전시가 갑자기 무산된 배경을 김 작가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경선 포스터를 촬영한 사실과 연결 짓는다.

해당 전시 사정에 밝은 김 작가 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시 철회 배경을 알아보던 중 문체부 관계자로부터 "'그이가 문재인 씨 경선 포스터 사진을 찍었다면서? 그러면 아무것도 못 하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지인은 "워딩 하나 안 틀리고 그렇게 말했다"라면서 "저는 김중만 작가가 그 포스터를 작업했다는 사실을 당시 몰랐기에 (놀랐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주선했던 프랑스 문화부 전 고위당국자 또한 당시 작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명백히 한국 측에서 심하게 전시를 막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랑팔레는 1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정부 산하 박물관으로, 프랑스 국립박물관협회에서 선택한 전시만 연다. 최근 10년간 그랑팔레가 소개한 작가들도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에드워드 호퍼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다.

그랑팔레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 작가는 아직 없다. 국적을 떠나 사진작가 개인전이 개최된 사례도 드물다는 점에서 개인으로나 국가로나 큰 영광인데 정부가 지원은커녕, 발목을 잡았다는 게 김 작가 측 입장이다.

김 작가는 "퇴출장을 받았던 2014년 2월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죽은 채 살았다"면서 "한국도 그랑팔레에서 전시할 수 있고 초대받은 작가도 있었으나 (우리) 정부가 완전히 깔아뭉갰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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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만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김중만 작가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그랑팔레 전시 무산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2018.1.21. seva@yna.co.kr



이에 대해 문체부는 당시 김 작가의 전시 무산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김중만 작가 전시를 하기로 하다가 2014년에 안 하게 된 것은 맞다"라면서 "다만 그 사유가 (문재인 당시 후보) 사진을 찍거나 하는 것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가가 이미 그랑팔레와 이야기를 한 뒤 정부에 예산지원 확약서를 달라고 했던 것으로 안다"라면서 "아직 한불 수교 기념행사 TF 초기라 예산과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예산지원 확인서를 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그러나 당시 문체부에서 어떠한 관련 언급도 없었다면서 "정부 지원을 무엇하러 받느냐. (재정적인 부분에서) 내 여력으로도 전시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재반박했다.

김 작가는 현재까지 파악된 문화·예술 블랙리스트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지금까지 나온 국정원 개혁위원회 공개 블랙리스트나 문재인 후보 문화예술인지지 선언 명단에는 없다"라면서 "물론 여기 없다고 해서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seva@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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