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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한국 AI기술, 美에 2.2년 뒤처져… 中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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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AI 활용 비즈니스 모델’ 분석

동아일보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 수준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고 있어 조만간 한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22일 발표한 ‘우리 기업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의 AI 기술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3.9 수준이었다. 2.2년 정도 격차가 난다는 뜻이다. 유럽과 일본은 미국과 각각 1.1년 1.5년의 기술 격차가 났다.

중국은 미국과 2.3년의 격차를 보였다. 한국과의 차이는 0.1년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대비 2016년 미국과의 격차를 0.5년이나 줄였다. 한국이 같은 기간 0.2년의 기술 격차를 줄인 것에 비하면 2배 빠른 속도다. 이런 속도라면 중국이 한국을 뛰어넘는 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역협회는 특히 한국이 AI 기술을 사업화하는 부문에서 미국과 가장 큰 격차가 난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단순 상담, 상품 안내 등 특정 서비스 사업에만 한정해 AI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AI 관련 기초 연구 역량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정보 분석 서비스 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최근 20년간 논문 발표 건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이 13만 건으로 1위, 미국이 11만 건으로 2위였다. 3위 일본은 4만 건이었다. 한국은 1만9000 건으로 세계 11위 수준에 그쳤다. AI 특허 건수는 미국이 2만4054건으로 다른 나라를 압도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2638건으로 미국의 10분의 1 규모였다.

미국 중국 일본이 정부 차원의 AI 고도화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장기적인 연구개발(R&D) 체계 구축이나 인력 양성, 전문연구센터 등의 인프라가 초보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2월에야 ‘혁신성장동력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13개 혁신성장 동력 분야에 AI 분야를 포함시켰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서는 2016년 출시된 SK텔레콤 ‘누구’에 이어 지난해 삼성전자 ‘빅스비’, LG전자 ‘씽큐’, KT ‘기가지니’, 네이버 ‘클로바’, 카카오 ‘아이’ 등이 출사표를 냈다. 가전업체는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이동통신사들은 인터넷TV(IPTV) 등 통신 결합상품, 포털은 인터넷 검색 데이터 등 각자 점유율이 높은 시장을 무기로 영역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산업용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AI 플랫폼을 내놨다. LG CNS의 DAP, 삼성SDS의 브리티, SK C&C의 에이브릴 등이 지난해 거의 동시에 출시됐다.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IBM 왓슨 등 외국산 AI들도 한국어 지원을 시작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참여가 늘었지만 미국 유럽 등 AI 선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AI 특성상 글로벌 업체들의 축적된 역량과 인프라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규제로 빅데이터 확보에 제한이 많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법에 따라 감독하는 기관이 각각 다르고 개인정보의 범위가 넓어 산업에 이용하기 쉽지 않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데이터 허브를 목표로 자국 기업들과 협업해 빅데이터 수집, 분석, 탐색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의 개인정보 이용 규제를 대폭 줄였다. 일본은 AI 등 혁신 기술이 융합된 사회를 ‘초스마트 사회’라고 명명하고 단계별 AI 산업화 로드맵을 마련했고, 영국은 2012년부터 정부 산하 데이터전략위원회를 설치하고 오픈데이터 전략을 펴고 있다.

변종국 bjk@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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