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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교황 다녀간 남미는 혼란…'아동 성추문'이 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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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수도서 마지막 미사…신자 백만명 운집

'성직자 성추문' 그림자는 계속…이중성 지적도

뉴스1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페루 수도 리마의 광장에서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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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6박7일에 걸친 남미 칠레·페루 순방을 21일(현지시간) 마쳤다.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원주민 권리와 빈곤, 부패, 여성 폭력 근절 등을 주제로 다뤘다. 그러나 칠레에서는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성직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 가톨릭에 대한 불신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외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페루 리마의 라스팔마스 공군 기지에서 대규모 미사를 진행했다. 교황은 약 130만명이 모인 미사에서 정치 부패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의 정치 문화는 매우 건강하지 못하다"며 임기를 마친 뒤 부패 혐의를 받는 오얀타 우말라, 알레한드로 톨레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들을 직접 거론했다. 이어 "부패의 언어로 말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이끌도록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끝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페루 북부 트루히요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 근절을 촉구했다. 이 밖에도 페루에 머무는 동안 도시 빈민층에 대한 우려와 아마존 열대우림과 원주민들을 파괴하는 기업들을 향한 비판을 전했다.

AFP통신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신자들이 교황을 보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또 페루뿐 아니라 브라질·볼리비아 아마존 유역의 원주민들이 교황이 머문 남동부 푸에르토말도나도 지역으로 넘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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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한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한 주택가에서 '프란치스코는 소아성애 범죄의 공범'이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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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5~18일 교황이 다녀간 칠레에서는 비판 여론이 적지 않다. 현지에서 불거진 미성년자 성추행 문제와 관련해 공개 사과를 했던 교황이 며칠 만에 이를 "모략"이라고 바꿔 말한 탓이다.

칠레에서 가톨릭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정권이 독재를 자행한 1973~1990년 '인권의 수호자'로 존경받았으나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며 위상이 추락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후안 바로스 주교를 칠레 남부 오소르노 교구에 임명해 반감을 키웠다. 바로스 주교는 미성년자 수십명을 성추행해 면직 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의 범죄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교황은 칠레 방문 이틀째인 16일 성추행 피해자들과 만남을 갖고 교단의 잘못을 사과했으나, 18일 칠레 이키케에서 "증거를 가져오면 이야기하겠다"고 말을 바꿔 비판을 받고 있다.

성직자 성추문에 대한 교황의 이중적인 태도는 페루에서도 반대 여론을 일으켰다. 수도 리마에서는 '프란치스코, 여기 증거가 있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 숀 오말리 미국 보스턴 추기경은 교황의 발언이 "성추문의 생존자들에게 거대한 고통이 될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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