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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ADHD 아이에게 '모래조끼' 입혀…"제압이냐" VS "효과 있다"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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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학교 수백곳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학생들에게 무게 1.2kg~6kg짜리 모래조끼를 수년간 입혀온 사실이 알려져 찬반논쟁이 뜨겁다. 산만한 아이를 강제로 제압한다는 지적과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의 학교 약 200곳이 ADHD가 나타난 아이들에게 모래조끼를 입히고 있다. 착용 시간은 30분 내외며, 학교 관계자들은 무거운 조끼 덕분에 아이들이 수업시간에도 다른 돌발행동을 쉽사리 못하는 등 효과가 매우 뛰어나 충분히 입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을 쓰지 않아도 된다며 관계자들은 조끼를 지속 사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약이 몸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한다면 조끼로 돌발행동을 제어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함부르크의 한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은 스스로 조끼를 입고 싶어 한다”며 “우리는 강제로 조끼를 입힌 적 없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독일 학교 수백곳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학생들에게 무게 1.2kg~6kg짜리 모래조끼를 수년간 입혀온 사실이 알려졌다. 산만한 아이를 강제로 제압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는 효과가 있다고 받아쳐 당분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반대여론이 거세다. 한 학부모는 “모래조끼를 입히지 않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며 “아이에게 ‘너는 아프니까 이걸 입어야 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모래로 가득 차 무거운 조끼는 성장에도 해가 될 수 있다”며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부모 생각이 같은 건 아니었다. 한 여성은 “9살 아들이 지난 3년간 2kg짜리 조끼를 입어왔다”며 “조끼 입는 동안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어서 수업에도 잘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은 누구의 강요도 없이 조끼를 스스로 입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조끼가 모든 ADHD 아동에게 효과 있는 것처럼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함부르크의 한 청소년 심리상담가는 “모래조끼가 도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모든 아동에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실이라는 하나의 단체에 들어맞게 아이들을 조정하기보다 개인의 아픔을 생각하고 치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州) 교육당국 관계자는 “모래조끼 사용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대중의 비난을 받기 딱 좋다”고 말했다. 그는 “조끼가 ADHD 완화에 좋다는 어떠한 연구결과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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