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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과중한 업무·스트레스에 목숨 끊은 집배원 두명 순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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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원영호·이길연 집배원 ‘순직’ 인정

5년새 218명 숨져…순직 인정은 24명뿐



한겨레

지난해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철폐 및 과로사, 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 출범선포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국민진상위 구성 및 집배노동자 대폭 확충을 요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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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집배원 두 명이 순직을 인정받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분신해 숨진 집배원 원영호씨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 이길연씨 두 명이 최근 순직을 인정 받았다고 21일 밝혔다. 공무원연금공단과 인사혁신처는 심사를 거쳐 지난 17일 두 집배원의 순직을 인정했다.

원영호(당시 47살)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근무하던 경기도 안양시 안양우체국 어귀에서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린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세상을 떴다. 전국우정노동조합과 전국우체국노동조합, 전국집배노조 등은 “안양 지역은 신도시 조성 등으로 물량이 급증했지만 적정 인원이 증원되지 않아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주장해 왔다.

광주 서구 서광주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이길연(당시 53살)씨도 지난해 9월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그해 8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었지만, 건강을 회복하기도 전에 우체국 쪽으로부터 출근을 독촉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유서에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라고 적혀 있었다.

노조쪽은 “두 집배원 모두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당해 왔다”며 “업무와 자살에 인과관계가 있는 만큼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10월 최명길 의원(국민의당)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218명의 집배원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사망자수는 37명에 달했다. 사망 원인으로 ‘질병’(144명)이 가장 많았고, ‘자살’(34명), 교통사고(2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순직으로 인정받은 집배원은 24명뿐이었다. 한편 우정사업본부는 서울·강원청을 제외한 7개 지방청에서 2014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3년간 집배원들의 초과근로시간을 축소·조작하는 방식으로 약 17만시간의 초과근로시간을 삭제(<한겨레> 2017년 11월23일치 4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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