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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책으로 배우는 재테크] 돈이 되는 그림 어떻게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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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작은 돈으로 시작하는 그림 재테크’
평소 미술관.화랑 자주 방문해 그림 보는 안목 기르는 게 중요
아트페어 통해 트렌드도 파악.. 투자 가능한 작가군 2% 정도
발품 많이 팔수록 수익 높아


파이낸셜뉴스

적은 돈이라 할 수 없지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투자해 정서적 풍요로움을 얻는 것은 물론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수익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재테크가 있다. 바로 그림 컬렉션이다. 돈에 고귀한 가치를 부여하는,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투자이자 가장 아름다운 투자다. 우리나라 그림시장에서 박수근, 김환기, 이우환 등 블루칩 작가의 그림으로 큰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림을 구매하던 당시에도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돈 없는 사람들은 그림에 투자할 수 없다는 얘기일까. 미술품을 컬렉션하게 된 동기를 생각해보자. 그들이 그림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심리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산 그림이 모두 고가는 아니었다.

대다수 그림 수집가의 컬렉션 동기는 자산관리 혹은 재테크라기보다는 예술작품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정서적 행복이 먼저였다. 과거 부자들만의 사치로 인식되던 컬렉션이 최근 고수익을 안겨주는 '돈이 되는 취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작은 돈으로 시작하는 그림 재테크'의 저자 이지영씨는 숙명여대 물리학과 미술사학(석사)을 공부했다. 영국 런던대에서 골드스미스 인터랙티브 미디어 석사학위를 받았고,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를 비롯해 15년여 다수의 국내외 전시, 컬렉션 가이드, 문화 아카데미를 진행해왔다.

■발품으로 기른 안목이 자산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술관이나 화랑 등을 방문해보자. 가족, 연인과 함께 나들이를 한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림 수집에 조바심을 내거나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시장 답사를 통해 그림시장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림의 가치와 매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림 중개는 주로 화랑, 경매회사, 아트 딜러에 의해 이뤄진다. 화랑은 작가과 그림이 처음 소개되는 1차 시장이고, 경매회사와 아트 딜러는 한 번 거래됐던 그림의 재판매를 주도하는 2차 시장이다. 화랑이나 아트 딜러를 통한 거래는 대부분 비공개로 이뤄지는 탓에 당사자들이 아닌 이상 어떤 그림이 얼마에 거래됐는지 알 수 없다.

반면, 경매회사에서는 '경매'라는 공개 이벤트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림이 얼마에 거래되는지 알 수 있다. 그림을 구매하지 않으면서 거래가 이뤄지는 현장을 목격하는 방법은 경매가 거의 유일하다. 그림시장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경매회사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기획 경매를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그림시장의 분위기를 익히는 데 주목할 것 중에 하나가 아트페어다. 아트페어는 화랑들이 같은 공간에 모여 작품을 파는 그림 장터이자 정보를 교류하는 플랫폼이다. 각 화랑이 프로모션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작가의 그림 가격도 알 수 있고, 요즘 잘 팔리는 그림이 무엇인지 시장의 트렌드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작가의 작품을 비교.관찰해볼 기회다.

■선택이 성패를 결정한다

컬렉션에 입문하는 사람 10명 가운데 8명은 색채가 아름답거나 화려한 꽃 그림, 사실적인 풍경화나 정물화, 작가의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 그림, 혹은 요즘 시장에서 잘 팔린다는 작가의 그림을 선호한다.

처음부터 추상화나 단순해보이는 그림, 고물을 모아놓은 듯 지저분하고 난해한 설치미술품, 똑 떨어지지 않는 개념미술에 마음을 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에게 그림은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편안함을 줘야 하며, 주제가 어렵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외적으로 풍기는 그림 이미지를 그림에 함축된 작가의 철학이나 아이디어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작품을 벽지, 소파와 같은 실내장식에 맞추기도 한다. 그림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초보 컬렉터들에게 그림의 좋고 안 좋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정보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림시장에 받을 내디딘 이후 많은 작가와 그림을 접하고 경험과 지식을 쌓으면서 서서히 눈을 뜨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호나 선호도에 변화가 온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기에 시야의 폭이 그만큼 넓어지는 것이다.

취향이 변하더라도 다행히 소장한 그림의 가격이 구입할 당시보다 올랐다면 그것만으로 위안이 되고 보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림도 싫어지고, 가격도 오르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경우 그림은 애장품이 아닌 애물단지가 돼버린다. 신기하게도 내가 싫어하는 그림은 남들도 싫어한다. 초보일수록, 아직 자신의 안목에 확신이 없는 경우 미술품을 사는 데 신중해야 한다. 나중에 팔아야 할 때를 생각하면 환금성 있는 작품, 가치가 올라가는 작품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2%의 작가를 잡아라

감식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작가나 그림시장을 오랜 기간 깊이 연구하고, 눈으로 많이 보면서, 꾸준히 작품을 구입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얻은 경험들이 축적됨으로써 만들어진다. 그림을 보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림시장을 탐구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공을 들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은 모두의 공감을 얻어낸다. 그러므로 그림 컬렉션에서는 주관적인 기호와 객관적인 선호도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소장하고자 하는 작품의 작가가 어떤 작가이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평가하고 전망하는 것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나 다른 컬렉터들과 크로스체킹하는 것은 필수 중의 필수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그림이라고 모두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술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림 투자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2차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재거래됨으로써 수익을 안겨줄 작가는 아주 한정적이다.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그림시장에서 블루칩 작가와 저평가된 유망 작가까지 전부 합쳐도 1000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테크에서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거래기록이 쌓인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살펴봐야 한다. 90%가 예측 가능한 그림시장에서 투자 가능한 작가군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2% 정도다. 이처럼 한정된 작가군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blue73@fnnews.com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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