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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기자수첩]셀트리온, '적정 주가 논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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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청와대에 민원이라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리포트 쓴 연구원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겁니다.”

지난 19일 국내 유명 포털 셀트리온 주주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의 대부분은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성토였다. 지난 17일 일본계인 노무라금융투자에 이어 19일 독일계인 도이체방크가 셀트리온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른 것이다. 35만원이 넘던 셀트리온 주가는 한 주간 15% 넘게 빠졌다.

증권사 보고서의 핵심은 셀트리온의 경이적인 수익률이 과대포장 됐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연구개발(R&D) 상당 부분을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어 수익성에 착시가 있다는 것이다. 제약회사의 R&D비용은 연구비와 개발비로 나눠 회계처리를 하는데, 회계처리 방식에 따라 수천억원이 비용(연구비)이 될 수도, 자산(개발비)이 될 수도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회사와 비교하면 과하게 자산으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신약은 실패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고 그만큼 상업화 가능성이 낮아 비용처리를 하는 것”이라며 도이체방크의 지적이 바이오시밀러의 특성을 무시한 왜곡된 시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미투자자들의 원성과 궤를 같이하는 항변이다.

사실 셀트리온의 이 같은 회계처리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셀트리온은 상용화가 임박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자산계정인 개발비로 인식해왔고 이는 시장에서도 잘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도 두 장의 리포트만으로 시장이 흔들린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셀트리온 주가 상승을 노린 투기심리가 반영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밸류에이션 분석을 기초로 한 목표가를 현 주가가 앞서고 있는 게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실제 셀트리온은 올 들어 열흘 만에 주가가 60% 가까이 급등했고, 시가총액이 코스피 상위주인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아무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먹고 크는 제약·바이오 업종이지만 지나친 거품(버블)은 되레 독이 될 수 있다. 버블은 꺼지기 마련이다. 셀트리온 입장에선 성난 주주에 대한 다독거림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제약사와의 경쟁력 강화, 이익 증대 등을 통해 현재의 주가가 적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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